에세이

고문관

해처럼달처럼 2011. 5. 2. 14:12

      고문관

      사람 몇이 모이면

      그 중에 꼭 ‘고문관’이 하나는 있다는 말을 한다.

      너싱홈이라 해서 별다른 곳도 아니다.

      연세 드신 노인들이라 하여

      아니 그런 것도 아니다.

       

      고문관은 남자들 세계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여자들 세계에도 그러한 고문관은 있다.

       

      음식을 해다 드리면

      어떤 분은 아주 고마워 하며 감사해 한다.

      자신의 음식을 내어주며 먹으라 한다.

       

      여기 와서 여러 가지 신세를 지고 사는 것도 고마운데

      이렇게 한국 음식까지 날마다 해 주니 고맙다고 한다.

       

      그런데 그 중에 한 할머니는 그러지 않는 분이 있다.

      매끼마다 음식에 대한 불평이 없는 시간이 없다.

      밥이 어떻다는 둥,

      반찬이 어떻다는 둥....

       

      참으로 피곤하다.

      음식 상 가져갈 때마다 그러시니

      정말이지 귀에 거슬린다.

      아무리 어여삐 보아 드리려 해도

      속으로 정이 안 간다.

       

      그러면 옆에 계신 어르신이 또 말씀하신다.

      아니, 남자들이 이만큼 하면 잘하는 거지

      정말 왜 저러지 라고....

       

      함께 일하는 분은 본래가 식당에서 일하던

      주방장이요, 요리사이다.

      뭐 내가 해다 드리는 것만 갖고 그러신다면

      그저 참을 것 같지만....

       

      결국, 한 날 내 입에서도 한마디가 나왔다.

      “그러니 늘 주방장이 말하는 것처럼

      먹고 싶은 것, 입에 맞는 것 드실려면

      집에 있는 가족들 보고 해오라 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듣는 게 아니냐고.....

       

      말을 해놓고도 가슴은 찡하여 마음이 울적하지만...

      조금만 더 참아 볼 걸 하는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론 너무하다는 생각에

      한 마디 해주는 것도 괜찮다고 위안도 해 본다.

       

      어떤 할머니는 그렇게도 나의 아내를 향하여

      불평이 많고 욕도 잘 하신다.

      아내가 자기 방에 들어와

      옷가지 등을 훔쳐간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믿으면 뭐하냐며 똑바로 살으라 한다.

       

      참으로 기막힌 일이다.

      아내는 한쪽 몸을 못 쓰는 장애자라

      혼자 일어서지도 못하는 데 말이다.

       

      아내도 참다 못해 함께 언성을 높이며

      아규를 하지만, 그래도 참으라고 토닥거려 줄 밖에...

      그것이 그 할머니에게는 병이니 말이다.

       

      매사에 감사하다 보면

      늘 감사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불평만 한다면

      범사에 불평만 가득찬 삶을 살아야 한다.

       

      매사를 믿어주면 자신도 편하고

      이웃도 편하지만

      매사를 의심하면 자신도 불편하고

      남도 피해를 받는다.

       

      ‘고문관’,

      어디를 가나

      나이를 먹으나 꼭 있는 ‘고문관’

       

      나이 들어가면서

      정말 곱게 나이들고

      건강하게 살다 가야지 생각해 본다.

      - 해처럼달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