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모음
행복
해처럼달처럼
2011. 7. 18. 10:18
행복
따듯한 마음씨를 지닌 청년이 길가에 앉은 소년을 만났다.
소년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 있니? 무척 우울해 보이는데 누가 괴롭히기라도 하는거야?
청년이 물었다.
"아, 아무 일 없어요. 그런데 그게 문제예요.
무슨 일이든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제겐 좋은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어요.
공부도 웬만큼 하고요. 하지만……."
소년은 한숨을 쉬었다.
"이것보다 더 멋진 삶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행복하길 원해요."
소년의 푸념에 청년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잠시 뒤 청년은 몸을 구부리더니 한마디 말도 없이
소년의 가방을 낚아채고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소년은 화들짝 놀라 청년의 뒤를 쫓았다.
그곳 지리에 밝은 청년은 모퉁이를 몇 번 돌고 나서, 소년과 만난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가방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뒤 소년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소년이 도착했을 때, 청년은 소년의 얼굴이 전보다 더 어두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방을 보자 소년의 얼굴은 금세 변했다.
소년은 환호성을 지르더니 펄쩍 펄쩍 뛰면서 가방을 향해 달렸다.
청년은 골목 뒤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오늘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어서 기쁜걸."
그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