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쟁이
한 나무에서 이리도 많은 낙엽이 떨어지는 줄 예전엔 몰랐다. 오늘 오전 내내 두 사람이 아파트 주변 낙엽을 치우면서 직업에 대한 것과 사람이 환경에 의해 그리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생각해 보았다. 내가 살고 있는 필라델피아는 유난히 숲(나무)이 많다. 그래서 필라델피아란 이름의 의미가 "숲이 많고 형제애의 사랑이 많은 도시"란다.
예전에 쓴 글 중에 한국에서는 산에 가야지만 들을 수 있는 새 소리를 아파트 주변에서 들을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만큼 숲이 좋다보니 그 떨어지는 낙엽이야 오죽 많겠는가. 그래서 타운쉽(區 또는 洞)에서는 가을철이 되면 낙엽을 담는 봉지를 따로이 주기도 한다. 그 봉지에 낙엽을 담아두면 수거해 가서 거름을 만들어서 다시 주민들에게 가져가라 한다.
지난해에도 분명 이곳에서 일을 하며 지냈는데, 이상하게도 낙엽을 쓸던 기억은 전혀 나지를 않는다. 그저 다만 올해 왜 그리 낙엽이 많은 지 하는 생각 뿐이다. 한 나무에서 적어도 몇 가마 이상은 족히 거두는 것 같다. 낙엽 뿐이 아니다. 이 아파트 안에 호도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어찌도 그리 많은 열매가 열렸는지 놀랄 뿐이다. 이 또한 작년에는 모르고 지나갔다. 다만 옆 건물 숲에 호도나무가 있어서 그곳에서 몇개 주워다가 놓은 게 아직도 있는데, 올해 새삼 발견했다.
호도나무를 보지 못한 이들은 "이것이 호도나무구나" 하고 알지를 못한다. 나 또한 그랬다. 처음에 열리는 열매가 배가 열리는 과정과 똑같다. 그리고 그 빛깔 또한 배(처음 익어갈 때 푸른 색깔)랑 같아서 한국 사람들도 "이거 배 아네요?"하고 물을 정도다. 그런데 그 껍질 안에 호도 열매가 들어있다. 어찌도 단단한지 다람쥐가 이것을 깨 먹는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
이 호도 열매 또한 몇 가마는 족히 주워 버린 것 같다. 지난 여름에 큰 가지 하나 잘라 내었는데도 이리 많이 열리다니 하면서 함께 치우는 사람과 놀라기만 했다. 다 버리기는 아까워서 어느 정도 주워서 지하에 갖다가 말리고 있다. 겨울에 한가하면 화롯불이라도 지펴놓고 구워먹을 요량으로 말이다.
전에는 눈이 오면 "와 눈이 온다!"하며 반가워 했다. 비가 쏟아져도 "와 시원하다!"고 했다. 낙엽을 보면 때로 낙엽을 줍기도 하는 등 시몬처럼 밟는 것도 좋아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비가 오면 아파트 지붕과 벽 사이로 비가 새어들어오기 때문에 정말 걱정이다.
"아니! 미국 아파트 지붕에 비가 샌다고?"하며 놀라는 분이 있을 지 모르나 이상하게도 이곳 집(주로 아파트, 연립주택 등)들은 루핑으로 지붕을 해 이은다. 왜 그러는지는 나도 확실히 모른다. 듣기로는 무너짐에 대비해서 지붕을 무겁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도 하는데, 잘 모르겠다. 아마도 값이 싼 것도 한 몫 하지 않나 싶다.
이 루핑이 여름을 지나고 나거나 오래 되면 틈새가 갈라지고 해서 빗물이 새어 들어온다. 빗물은 저 위에서 스며들어 오는 데 비는 이쪽 다른 아파트 방에서 샌다. 그러니 그것을 잡는 게 이거 사람 환장하게 한다. "아니 어디서 새 들어오는 지 알아야 잡지" 나참...
눈이 오면 이건 비보다 더 하다. 비는 순간 쏟아지고 빠지고 마는 데, 눈은 장시간 쌓여 있으면서 천천히 녹으니 비보다도 더 많이 새 들어온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가능하면 제일 윗층 아파트는 얻지를 않으려 한다. 여름이면 루핑 때문에 더 덥고, 더 춥고 비도 새고 하니 말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거 원 아무리 심지가 묵직(자칭)한 나라도 어찌 변덕을 아니 부릴 수 있는 가 말이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싫고, 눈이 오는 것도 싫다. 더구나 비나 눈이나 한번 오면 왜 그리도 많이 오는 지 아마 여러분들도 내가 올린 사진에서 눈을 보았을 것이고, 간혹 뉴스를 통해 보기도 했을 것이다.
겨울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오니 정말 걱정이다. 자칫 길이 미끄러워서 넘어져 다치거나 하면 넘어진 사람 실수도 불구하고 아파트나 넘어진 주변의 집을 고소한다. 왜냐면 문제가 있는 것을 빨리 치워서 지나는 이들의 안전을 도모하지 않았다고 벌금을 문다. 이구 정말 미초!.
그뿐인가? 눈이 오면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는 데, 바로 주차 문제이다. 눈이 쌓여서 주차할 공간이 작아지니 이거 성질 급한 놈은 서로 한 두마디 하다가 총을 꺼내 사람을 쏘아 죽이기도 한다. 정말 미친 넘의 세상이지...
그래서 어느새 부터인가 낙엽을 보면서도 눈을 보면서도 비를 보면서도 이젠 전혀 詩想이 떠오르지를 않으니 이거 나까지 돌아버릴 지경이다. 이제 또 다른 직업을 찾아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누구 나좀 불러 주려우?"
**이 글은 예전에 썼던 글을 올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