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붓가는대로)

기러기 부부

해처럼달처럼 2016. 5. 4. 10:53


서로 헤어져 살고 있는 가족을 가리켜

기러기 가족이라 한다.

우리 부부는 기러기 부부이다.

우리 부부는 이곳 한 하늘 아래 살고 있지만

벌써 8년 넘는 세월을 헤어져 살고 있다.

때에 따라 일주일에 두세번씩 만나기는 하지만

우리 부부는 서로 헤어져 살고 있다.

 

그리워도 그리웁다 말 못하고

보고파도 보고프다 말 못하고

같이 있고 싶어도 같이 있겠다 말 못하고

그렇게 헤어져 산 지가 벌써 8년이다.

 

기러기는 헤어지더라도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다시 만나 함께 살아간다.

우리 부부는 만나기는 만나더라도

함께 살아가지를 못한다.

 

그 긴 시간을 하루 날자로 따져보니

이제 곧 3000일이 다가온다.

그 수많은 시간을 그렇게 살아왔다.

그나마도 그 사람은 3000일이란 긴 시간을

누워 있거나 하루종일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이 전부다.

 

그 사람이 그렇게 쓰러져

너싱홈에 들어가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이

그리도 많은 세월이 흘러간 것이다.

그리고, 또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세월을

그렇게 살아야 하는 지 모른다.

 

5월 가정의 달이다.

부부가 살다보면 사소한 것부터

조금 심각하다 여길만한 그런 다툼들이 어이 없을손가.

 

사소한 것부터 심각한 것에 이르기까지

갈등과 불평과 다툼 속에서 서로 이겨보고자

아귀다툼하고 살아가는 모습들이

이제는 나에게 사치스럽고 복에 겨운 것처럼 보인다.

 

말다툼이라도 한번 해보고

그래 너 잘났다 하고 큰소리라도 한번 쳐보고 싶다.

무슨 반찬이 이 모양이야 하고 투덜대보고도 싶다.

어찌 하는 짓이 만날 그 모양이야 하고 야단도 들어보고도 싶다.

 

가정의 달,

가족들이 함께 만나는 5월이 오면

내 마음은 웬지 모르게 울컥해 온다.



해처럼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