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있는 이야기
곱게 늙어갈 수는 없을까?
해처럼달처럼
2018. 5. 4. 13:04
곱게 늙어갈 수는 없을까?
하얀 머리 된지 오래다
어깨는 구부정하고
걸음걸이도 완전 노인네다
할아버지 소리 들은지도 오래다
50대가 어저께였고
40대도 그저께인 것 같았건만
70대를 바라보고 있으니 세월 참 무심하다
요즘 수명이 길어진 탓에
넘쳐나는 게 노인일색이다
애덜트 데이케어 센터
너싱홈과 노인정
길거리에도 젊은이들보다
노인들이 더 눈에 띈다
개중에는 곱게 늙어가는,
아니, 익어가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아직 덜 익어서인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종종 본다
남의 일 같지만은 않은
건망증, 치매, 노인성 질환
예의없이 악악대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나의 어깨를 짓누른다
얼마전 이쁘게 피었던,
화사함을 자랑했던 목련 꽃잎들이
한잎 두잎 떨어지면서
주변을 지저분하게 하고
나무들마저도 초라해 보인다
그 나무가 나처럼 보임은 왜일까
나이 들어가며
머리칼도 한올 두올 빠져나가
손가락으로 헤아리는 사람들도 본다
아직은 머리숱이 더부룩한 것을 보면 그나마 다행이다
눈도 침침해지고
귀도 어두워지고
손가락 놀림도 맘대로 안되고
말도 어눌해지고
씹어 먹는 맛도 잃어버렸다
세월가면서
잃어버리는게 더 많은 것 같다
정작 버려야 할 것은 버리지 못하고
마땅히 잃어버려지는 것에
더 미련을 갖고 있으니
곱게 늙어가는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해처럼달처럼/차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