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거시기를 보면 사람이 보인다 -2

해처럼달처럼 2025. 4. 23. 02:11

거시기를 보면 사람이 보인다 (1)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을 대략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사람의 귀를 보고, 어떤 이는 코를 보고, 어떤 이는 두상을 보고 대략의 그 사람됨을 파악한다.

 

그런데 거시기를 보고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 중에 연세가 70이 가까워 오는 남자 분이 있다. 이 분은 간호사나 의사는 아니지만, 흔히 말하는 간호 보조사격으로 일하는 분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환자를 돌보면서 온갖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직업이다.

환자들 수발드는 것에서부터 대소변 받아내고, 닦아주고, 기저귀 갈아주고, 온 몸을 목욕시켜주는 등 힘들고 지저분한 일을 하고 있다.

남자라고 해서 남자만 돌보는 게 아니고, 여자라 해서 여자만 돌보는 게 아니다. 이들에게 남녀의 구분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들에겐 모두 보호받고 돌봄받아야 하는 환자들 뿐이다. 사실 그런데도 그들이 받는 돈은 아주 적다.

간호사들이 받는 돈의 반의 반도 안된다. 그래서인지 때로 이들은 짜증을 잘 낸다. 환자들에게 으르렁 대며 겁도 주고, 대충 대충 넘어가는 적도 많다. 옆에서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할당된 환자들의 수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할 일도 많아진다. 그래서 제 시간에 볼 일을 못 보면 그냥 앉아서 소변을 싸는 것이다. 그것도 제 때 이들을 만나야 하는 것이니, 환자들에게 있어 제 때 이들을 만나는 것도 복이다.

 

이 분도 연세가 많아서 은퇴했어야 할 나이이지만, 아직 일하고 있다. 집에서 쉬는 것 보다 그나마도 활동하는 것이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고, 조금이라도 가정에 보탬이 되니 좋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함께 일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식사를 하는 중에 사람의 성격에 대한 대화가 나오자, 이 분 하는 말씀이 “오랫동안 기저귀를 갈아오면서 남자나 여자나 그것을 보고 그 사람을 겪다보니 그것을 보기만 해도,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여성의 모양새만 하더라도 13가지가 된단다.

“그도 그럴법한 일이다”라고 수긍이 간다.

사람마다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고, 그 생김새마다의 성격 또한 다르지 않던가. 사람의 외모를 중시하는 것은 아니나, 결코 그 외모를 관과할 수만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과일 역시 생김새가 좋은 것이 맛도 더 낫지 않던가.

 

옆집 사는 역시 70이 넘은 분이 오래전부터 전립선으로 고생해 왔다. 그러다 병원에 가게 되어 병실에 들어가니 유난히도 많은 의사와 인턴들이 와서 자신의 것을 살피더라고 한다. 물론 그 중에는 여자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동양인의 것이 어찌 생겼는지 보러 오나보다”라며 웃은 적이 있다.

만약 내가 그런 유사한 병으로 말미암아 병원에 가게 된다면, 그들은 나를 보고 어찌 말할까 하고 생각해 본다. 아마도 이렇게 말하지 않을 까 싶다.

“Hey! look it!"

"It's so cute!"

 

2011년 5월

 

 

It's so cute! (2)

 

지난 2011년에 위의 글을 썼으니 14년이 지났다.

위에서 언급했던 70 넘으신 분이 전립선으로 병원다니던 이야기를 하며 웃었었는데 이 일이 실제로 나에게도 일어났다.

이미 2년 여 전부터 전립선이 부었다는 닥터의 말을 듣고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쳤는데 갈수록 부어올라 병원에 방문하여 검사를 받고 급기야는 전립선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는 결정아래 나도 똑같이 간호사와 의사와 인턴들 앞에서 아래를 훌러덩 벗고 두 다리를 번쩍 들고 검사를 받는 처지에 이르렀으니 이를 뭐라고 해야 할지 참으로 묘한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병실에 들어서니 간호사가 가운을 주면서 아래는 모두 벗고 가운을 입은 후 옆방으로 들어오라 한다. 방에 들어서니 머리에서 엉덩이까지만 걸쳐 누울 수 있는 침대에 누우라고 한다. 그리곤 두 다리를 휠체어 다리 같은 곳에 올리더니 번쩍 들어올리는 그야말로 아래는 어찌할 수 없는 속수무책으로 훤히 보일 수 밖에 없는 꼴이 되었다.

마치 출산을 앞둔 여성이 원만한 출산을 위해 다리를 벌리고 누운 모습이 상상되면서 14년 전에 썼었던 위 글이 생각나며 혼자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는...

더구나 간호사가 나의 사타구니를 잡아 위로 쓸어올리면서 테이프로 위 옷자락에 고정시키는 것 아닌가. 항문으로 검사할 때 걸리적거릴까봐 그러나보다 했지만 뭐 있어야 항문까지 가리던가 하지. 나참...

간호사가 모든 준비를 마친 후 묻는다.

“comfortable?”

간호사를 보며 말했다.

“No. I am Shy." 하니 싱긋이 웃는다.

 

모든 검사를 다 마치고 닥터들도 인턴들도 나간 후 간호사에게 말했다.

“my dick's so cute." 하니 깔깔 웃으면서 하는 말,

“dick's good."

 

그 말을 들으니 뭔가 조금 으쓱해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뭐하랴? 전립선으로 인해 모든 것이 망가졌는데 말이다.

 

2025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