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사랑이란....
나는 또 하나의 사랑을 잃어 버렸습니다.
당신이 내곁을 떠나던 날
나는 어느 거리인가를 헤매이고 있었습니다.
당신을 내곁에 붙잡아 둘만한,
당신과 함께 할 여력도 없었기에
잃어버림의 아픔을 삭히운 채
그냥 그렇게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리곤 이 거리 저 거리에서
잃어버린 당신을 찾아 헤메입니다.
부질없는 헛된 꿈인 줄 알면서도
행여나 하는 맘으로 허공을 훔쳐다 봅니다.
사랑이란,
사랑이란 잃어버리는 것인가 봅니다.
당신의 귀한 사랑을
나의 영혼 가슴속 깊이 묻어두고
나는 또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야만 합니다.
"나는 너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를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네가 좋아할 지 모르기에
나는 다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옴추린 가슴을 더욱 부여잡고
비에 젖은 초라한 망아지처럼
네 앞에 그렇게 머뭇거리고만 있었지.
너를 좋아한다고 하면
너를 사랑한다고 하면
티없이 곱디고운
너의 잔잔한 가슴곁에
어떤 파문이 일지 두렵기 때문이었다.
바람이 불면 찡그려지는
너의 모습을 보며 괴로워 하고
비가 오면 너의 아름다운 모습이
씻겨져 내리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으로 너를 지켜봐야만 했다.
기나긴 검은 밤을
하얀 밤으로 지새우며
너를 기다리다 지치면
행여 너를 놓칠까봐
긴 밤을 너를 위해 기도했다."
그렇게
나는 또 하나의 사랑을 잃어 버렸습니다.
당신은 가고 없지만
당신을 잃어버린 슬픔은
지금도 여전히 내 가슴을 적셔 옵니다.
소낙비는 내려
온갖 오물들을 씻어가 버리는데
가슴속 한없이 내리는 빗물은
아픔을 더욱 선명하게 닦아만 줍니다.
내리는 빗물은 때가 되면 멈추지만
가슴속 내리는 빗물은 언제나 멈출런지요.
이렇게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다가는
언젠가 나의 영혼도 스러져 버리고 말겠지요.
당신은 가고 없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여기 그저 남아 있군요.
지금 모두가 잠들은 칠흙같은 밤이지만
우리 아름다웠던 사랑은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1994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