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이야기’ 그 첫 번째
‘사람 사는 이야기’ 그 첫 번째
자연환경 이야기
지난 4월 봄 호에 이민의 삶을 그려 수필 부문 등단을 계기로 올 여름 가을 겨울호에 실릴 글은 이곳 미국을 소개하면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보고자 한다.
오늘은 그에 앞서 이곳의 기후와 자연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한국에 살 때 연수 차 일본에 약 한 달여 방문을 한 것 외에는 해외 여행 경험이 없었던 나는 우연찮은 계기로 인해 미국으로 들어와 살게 되었다.
한국에서 가까운 일본은 그래도 서구인들보다는 친근미가 더 느껴지지만, 미국은 그렇지 못했다. 너무나 다른 문화, 외양부터 이질감이 느껴지는 서양인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인 언어 문제 등 특별한 방문지와 계획없이 무작정 찾아가게 되는 미국은 나에게 두려움 그 자체였다.
나의 미국 방문을 알게 된 모 목사의 소개로 필라델피아에 이민 와 살고 있는 선배 목사와 친구 교회 성도로 뉴욕에 살고 있는 성도와 연결되어 뉴욕으로 와서 3일 동안 그 집에 머무르다 필라델피아(이하 필라)로 내려와 선배 목사를 만나 이곳에 살게 된 것이 벌써 16년이 지났다.
필라델피아는 펜실베이니아주에 속해 있는 도시로, 미국의 옛 수도이기도 했으며, 펜실베이니아의 주도(州都)이기도 했다. 필라델피아에도 한인 사회가 형성되어 있다. 한인 규모는 필라를 비롯한 필라와 가까운 남쪽 델라웨어주, 뉴저지주를 합쳐 7만 정도를 보고 있다.
이곳 펜실베이니아주만 하더라도 땅의 크기가 남한보다도 더 크다.
미국 땅이 얼마나 큰지는 다 모르겠으나, 내가 사는 곳에서 북쪽 캐나다 쪽으로 가려면 자동차로 지역에 따라 8시간 또는 그 이상을 달려야 하고, 남쪽 플로리다 방향으로는 17-8시간을 달려야 하며, 동쪽은 대서양 방향으로 2시간 이상을 달리고, 서쪽 LA 방향으로는 3-5일 이상을 달려야 한다. 이곳서 서부까지 비행기로만 5시간을 가고, 동부와 서부간의 시간차가 3시간이니 가히 짐작하기 만만치 않다.
이곳 필라는 한국과 반대 방향으로 시간 차이가 14시간이지만, 여름 섬머타임 때에는 13시간 차이가 난다. 낮과 밤이 서로 다른 시간차다. 그러나 한국과 위도가 같아서 사계절이 다 있다. 거의 모든 자연 환경과 날씨 등이 한국과 비슷하다.
시간은 동방인 한국이 앞서 간다. 그런 탓인지 몰라도 몇 년을 유심히 지켜본 결과 한국에서 비가 오고 나면 2-3일, 빠르면 1-2일 뒤에 이곳도 비가 온다. 눈도 마찬가지이다. 늘 그런 것은 아니나 보편적으로 그러한 것을 많이도 경험하여 동포들과 그런 대화를 하곤 한다. “아니, 지구가 돌 때에 하늘 위 구름은 함께 돌지를 않나 보죠?”라고...
그런 저런 지식이나 생각없이 처음 이곳에 와서 살아가면서 놀라는 일이 종종 일어나곤 했었다.
봄이 되면 가장 먼저 피어나는 개나리꽃을 선두로 해서 길을 가다보면 민들레, 쑥, 돋나물, 클로버, 질경이, 들꽃이나 잡초 등등 한국에서 보던 것들을 그대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뿐 아니라 여름철 밤이면 도시에서도 반짝거리며 밤하늘을 수놓는 반딧불을 보고 놀라고, 참새, 바퀴벌레, 파리, 하다못해 빈대 등을 보며 놀란다. 나라가 다르고, 낮과 밤이 다르고, 시간차가 달라서 그런 자연들도 다를 줄 알았다. 사막에 자라는 것들, 더운 지방인 아프리카에 있는 것들이 서로 다르듯 응당 그럴 줄만 알았던 것이다.
누가 이 넓은 세상 곳곳에 색깔도 모양도 같은 꽃들과 나무들, 온갖 종류의 새들을 심어 놓고 만들어 놓았단 말인가. 아니면, 그 씨앗들이 바람에 날려 이 먼 곳까지 날아와 심기어지게 되었단 말인가.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곳은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지라 운전을 하고 다니면서 그 향내를 들이 마시며 어릴 적 아카시아 꽃잎을 따서 먹던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봄이면 몇몇 이웃들은 쑥과 나물, 고사리 등을 캐어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한다. 그 뿐 아니다. 산에를 가지 않아도 도토리 나무와 밤나무가 많은 지라 한국 사람들이 이를 주어다 팔고 묵도 만들어 먹는다. 이러한 것들을 주워가는 모습을 보며 미국인들은 이상한 눈초리와 멸시 섞인 눈으로 바라보지만 아랑곳 않는다.
나의 집사람도 처음 이곳에 와서 도토리를 줍느라 정신을 못 차렸다. 도로나 학교 주변에 한 아름 이상이 더 되는 나무들이 줄을 서 있는지라 손으로 쓸어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어느 해는 집안 가득 족히 몇 가마 정도는 주워온 것 같았다. 그로 인한 나와의 다툼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그 수많은 도토리를 단 한번인가 해 먹어보고 나머지는 모두 겨우내내 집 옆에 사는 다람쥐 몫이었다.
한 가지 이곳에 와서 없던 것이 생긴 것은 알러지였다. 처음 2-3년은 모르고 지나가나 그 이후부턴 봄만 되면 수많은 꽃가루로 인한 알러지로 고생을 하는 것이다. 이는 나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고생을 한다. 그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지만, 심한 사람은 정말 죽을 지경이다.
또 하나는 이민을 오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머리가 쉬이 희어지고, 잇몸이 쉬이 망가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다른 환경과 이민의 삶을 살아가는 스트레스에 의한 것으로 짐작한다.
이렇게 서로가 다르면서도 같은, 같으면서도 서로가 다른 둥그런 지구 안에서 사람들은 오늘도 둥글 둥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