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위한 기도 - 이해인
오늘 하루의 길 위에서
제가 더러는 오해를 받고
가장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쓸쓸함에
눈물 흘리게 되더라도
흔들림 없는 발걸음으로 길을 가는
인내로운 여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제게 맡겨진 시간의 옷감들을
자투리까지도 아껴쓰는
알뜰한 재단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슬기를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 밖에는 없는 것처럼
투신하는 아름다운 열정이
제 안에 항상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제가 다른 이에 대한 말을 할 때는
"사랑의 거울" 앞에 저를 다시 비추어 보게 하시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남과 비교하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오늘을 묶어 두지 않게 하소서
몹시 바쁜 때일수록
잠깐이라도 비켜서서 하늘을 보게 하시고
고독의 층계를 높이 올라
해면이 더욱 자유롭고 풍요로운
흰옷의 구도자가 되게 하소서
제가 남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극히 조그만 것이라도 다 기억하되
제가 남에게 베푼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큰 것이라도 잊어버릴 수 있는
아름다운 건망증을 허락하소서.
하나님이 그려 주시는 그림
믿음은
바라고 기다리는 내 마음에
하나님이 그려 주시는 그림
그 그림을 마음에 품으면
내가 그리고 있던
염려와 근심의 그림이 지워집니다
소망은
꺼져가는 등불 같은 내 마음에
하나님이 그려 주시는 그림
그 그림을 마음에 품으면
내가 그리고 있던
좌절과 절망의 그림이 지워집니다
사랑은
메마른 강바닥 같은 내 마음에
하나님이 그려 주시는 그림
그 그림을 마음에 품으면
내가 그리고 있던
미움과 원망의 그림이 지워집니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하나님이
내 마음에 그려주시는 그림은
연약하고 미련하여
캄캄하고 길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넘어지고 미끄러질 때마다
나에게 다가와
풍랑 이는 바다에서도
고요히
노래하며 안식할 수 있는
참 평화를 안겨줍니다
- 좋은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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