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바디 라인

해처럼달처럼 2012. 6. 26. 11:50

 



 

 

          바디 라인

    아들 녀석이 지난해에 이어 지난 4월 한국에를 다녀왔다. 미국 온 지

    약 15여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들어오면서 양복을 한 벌 사 왔는데

    보니 몸에 착 달라붙는 것이었다.

    “아니, 이걸 양복이라고 입겠다고 사온 거니?” 기가 막혔다.

    아들이랑 체구가 비슷하여 양복 같은 것은 서로 입었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착 달라붙어서 보기 흉한 모습 때문에 한 마디 한 것이었다.

     

    “아네요. 아빠! 요즘 한국은 다 이렇게 입어요. 이게 유행이라고요.”라며

    녀석도 한 마디 한다. 다들 그렇게 입는다니 뭐 어쩌랴. 그냥 두는 수밖에....

    최근 한국에 연락하여 알아봤다. 도대체 이런 스타일은 무슨 풍이라 하는 지

    알고 싶었다. 그래야 한 줄 글이라도 쓸 수 있지 않을 까 하여....

    그랬더니, 예전엔 ‘복고풍’이다 뭐다 하여 유행 따라 입는 그런 말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고 하며 하는 말인즉슨, 요즈음은 바디 라인(body line)

    을 살리기 위하여서 그리 달라붙는 옷을 입는단다.

    허 참! 언제부터 그리 잘 살고 잘 먹어서 몸에 대한 신경을 쓰고 자랑을 하며

    살았던가. 우리 시대에는 전혀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키도 더 자라고

    몸뚱어리도 불어날 것을 대비하여 풍더분 하게 입고, 한 벌 가지면

    동생들에게 내리받이로 입던 양복이 아니던가.

    이거야 원, 지 몸에 착 달라붙게 입어 버리니 함께 입어 보자고 하는 그런 일은

    아예 엄두도 못낸다.

     

    요즈음 북미 지역에서는 현대 차가 잘 팔리고 있다. 상승세를 탄 지가 꽤나 오래

    되었긴 하지만, 해가 바뀔수록 새로운 디자인에 실용적이며 편리하고, 나아가

    성능마저도 좋아진데다 값은 저렴한 편이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예전에는 한국 차들이 성능 면에서나 디자인에서도 외국 차들을 따라갈 수

    없었으나, 지금은 기술이나 성능에서는 서로가 비슷하다 한다.

    그래서 어느 차를 사나 사용하는 기간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젠 자동차들도 바디 라인 가꾸기에 나선 것이다.

    성능도 좋고 외양이 좋으면 더 좋은 것이다. 현대 자동차는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아니 과감히 투자하여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소나타를

    보면 바디 라인을 충분히 살린 디자인이 다른 차종에 비해 훨씬 돋보이고 있으며,

    길거리에서 현대 차를 보는 것은 흔하고 흔한 일이다.

     

    이것은 자동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집을 지어도 이젠 바디 라인이

    살아난다. 그래야 이쁜 집이 만들어지니 말이다. 옷도 가전제품도 모든 것들이

    늘씬 날씬 쭉쭉 빵빵 다양한 모양에 색상으로 승부를 건다.

    그러니 우리 몸 살리기도 그리해야 하나보다. 어쩌다 쇼 프로를 보면 웃통을

    휘익 뒤집어 올리며 복근을 내놀라치면 많은 사람들이 “와우!” 까무라치는

    모습이라니... 아마도 헬스 클럽이 바디 라인을 가꾸는 사람들로 북적거리지

    않을까 싶다.

     

    바라기는, 바디 라인 가꾼답시고 소홀해지기 쉬운 내면(內面), 아니 몸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든실히 가꿔 나가는 일도 더 관심을 갖고 인격적인 것으로부터

    아름다운 라인이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우리네 가정에서부터, 나아가 우리들 사회에서, 그리고 이웃과 이웃 간에

    아름다운 바디 라인이 만들어져서 오밀 조밀 조화롭고 화목하게 아름답게

    살아가는 세상이 되기를 기도해 본다.

     

    힘들여 공들여 만드는 바디 라인보다 자연히 만들어지는 주름 라인이 더 많아져

    가는 나이이지만, 이참에 나도 아들 녀석 사 온 양복을 입어보기 위해서라도

    헬스 클럽에 나가 바디 라인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 까 싶다.

     

    해처럼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