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어머니의 마음

해처럼달처럼 2009. 4. 16. 22:51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35년이  되었다. 어머니께서 남편을 여의고  혼자 사신 지 벌써 35년이 된 것이다. 어머니 나이  38, 9세 때이다. 40전이면 아직  한참 때이다.
   인생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때이다. 그  젊은 나이에 혼자 되신 어머니는 오직 자녀들만 바라보며 키우시며 살아 오셨다.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시고 모든 삶의 전체가 자식들이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자녀들이 다 잘되어 어머님을 편히 모시면 어머니의 헌신해 오신 일생에 보답해 드릴  수 있으련만 아직도 어머니는 오히려  자식들 걱정을 하고 계시니 불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4월 한식을 겸하여 어머니는 아직도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몇번인가 이장하며 편히 쉬지 못하시는 아버지의 묘 자리를 걱정하다 못해 당신  스스로가 그 자리를 마련하셨다.
    시골 고향 작은 집의 자그마한 산자락에 허락을  받아 아버지의 영원한 자리, 당신이 돌아가시면 함께 묻히실 자리를 마련하신  것이다. 그나마도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말씀도 않으시고 혼자서 조금씩 모아 둔 돈으로  모든 준비를 하신 것이다.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알고 당일날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아버지 산소를 이장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는 물론 어머니 돌아가시면 함께 묻히실  빈 관까지 묻어 두었다. 요즘처럼 이혼율이 많은 세상에 돌아가신지 35년이 되신 아버지의 얼굴을  아직도 어머니는 기억하시고 계시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다른 자리에 당신이 묻히실 자리를 마련치 않고 한 봉분아래 바로 그 옆에 나란히 눕고 싶어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어느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시집 오셔서부터 어려운 삶을 살아오셨던 어머니. 시집살이, 농사 일, 아버지와의 헤어짐(일제시대 때 남양 군도에 5년간 소식없이 다녀오심), 다녀오셔서  병을 얻어오신 아버지의 병 구완으로 15년 여를  살아오시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자식 5남매를 위해 오직 일 밖에 모르시고 잡수시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당신 한 몸 가꾸지 못하시고 살아오신 어머니.
   아직도 자식들 제대로 된 모습 하나 보지 못하시고 마음 속에 근심과 걱정 떠날 날이 없으신 어머니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당신이 누우실 자리를 어찌 어찌  마련하셨지만 아직도 자식들 발 편히 펴고 쉴 자리 마련 못한 모습을 보시고 어찌 편히 눈 감고 쉬실는지 그게 걱정이다.
   집안에 가진 것이 없고 자식들 중 가진 것 제대로 없지만 마음 나누고, 정 나누며 사랑 안에 화목하게 사는 것이 제일로 알아 그것을 최고의 재산으로 알고 살아온 가족들이다.
   어머니, 당신도 아무 것도 없는 가운데서도  자식들 건강하게 키우시고 이렇게나마 사는 모습을 보신다면 살아남아 있는 자식들 또한 그렇게 잘  살아갈 것이니 아무 걱정 마시고 남은 여생 편히 사시다 당신 손수 지으신 그 집에서 편히 쉬시기만을 자식들 간절히 바랍니다.

 

                                                                                                                           1995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