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밥을 짓는 남자

해처럼달처럼 2011. 2. 9. 10:42

      밥을 짓는 남자
      말을 잊어버려서 말을 할 줄을 모른다 입을 벌리는 것조차도 하지 못한다. 어떤 이는 음식 먹는 것마저도 잊어버렸다. 그릇 뚜껑 여는 것도 모르고, 뚜껑부터 깨물어 먹으려고 한다. 무엇이 숟가락인지 음식인지를 알지 못한다. 국에다가 손을 넣어 손을 씻는다. 국물이 있는 것을 먹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커피나 국에 가루를 넣어 됨직하게 만들어 드린다. 어디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 이곳에 온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부인이 죽어 나가도 죽어 나가는 것을 알지 못한다. 어떤 이는 하루 종일 휠체어에 앉아 있어야 한다. 어떤 이는 누군가가 음식을 먹여 주어야 한다. 화장실 가는 것도 도와주어야 한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는 이들도 많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아무리 지켜 보아도 살아가야 할 가치가 없는 삶이다. 굳이 가치를 둔다면 하나님은 그들도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너싱홈(요양원)에서 나는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 치매로 가족을 잃어버리고 각종 노환과 질병으로 사랑하는 가족 품을 떠나 남의 손에 의해 살아가야만 한다. 돌보는 사람들 중 어떤 사람은 친절하게 대하나 친절한 마음보다도 직업의식이 우선하여 사무적이요 자기 편한 대로 일을 하는 사람이 더 많다. 나는 그곳에서 밥을 짓는 일을 한다. 밥그릇에 땀을 흘려 넣지는 못하나 정성의 마음을 쏟아 부어 밥을 짓는다. 가끔은 영적인 양식을 지어 드리기도 한다. 끊임없는 사랑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만 한다. 어저께는 아내와 한 방을 쓰고 있는 실어증 치매를 가진 분이 내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해 배에 구멍을 뚫고 호스를 위에 넣어 음식이 저절로 들어가게 만들었기에 힘이 하나도 없을 줄 알았는데 잡은 손가락을 펴내는 데 한참을 걸렸다. 몇 번 기도해 드리고 자주 보는 것 뿐이었는데 그것도 아쉬운가보다. 나는 그곳에서 그들을 위하여 오늘도 밥을 짓는다. - 해처럼달처럼의 글에서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의 술사랑님이 만들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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