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장쟁이의 고백

모두가 달린다

해처럼달처럼 2011. 7. 25. 11:45

 

6. 모두가 달린다.

지구만 달리고 있는 게 아니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태양계의 혹성들 모두가 태양 주위를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그 중에 가장 열심히 달리고 있는 혹성은 태양에 가장 가까운, 태양에서 5천8백만 ㎞ 거리에 있는 수성이다.
지구 크기의 20분의 1밖에 안 되는 이 꼬마 혹성 수성은 ‘앗, 뜨거라,’ 초속 47 ㎞의 속도, 음속의 140 배 속도로 88일마다 한 바퀴씩, 1년에 대략 네 바퀴씩 태양을 꽁지가 빠지게 돌고 있다.

수성은 지구에서 관찰하기가 어렵다.
너무 태양에 가깝기 때문에 망원경관측이 어렵고 너무 작아서 태양표면을 지나는 작은 검은 점으로밖에 안 보인다.
그래서 1974년 우주탐사선 매리너 10호가 발사되기 전까지는 수성에 대하여 거의 알려진 것이 없었다.

태양에서 너무 가깝기 때문에 수성에서 받는 태양열은 지구의 7배나 된단다.
지구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몇 배나 더 큰 불타는 태양은 얼마나 두려운 모습일까?
수성에서 태양빛을 쬔다면 금방 통닭구이가 될 것이다.

수성사진을 보면 흡사 구운 감자 같다.
수성표면은 높이 수백 미터의 거대한 벼랑과 골짜기들로 마구 긁혀져 있기 때문이다.
수성은 자그마한 별이다. 달 보다 약간 큰 정도이다.
질량은 지구의 20분의 1에 불과하고, 표면중력은 0.38배, 탈출속도는 4.3 ㎞/초이다.

수성은 공전속도는 빠르지만 자전속도는 매우 느려 29.3일 동안 낮, 29.3일 동안 밤이 계속된다. 낮시간 동안은 태양의 복사열로 섭씨 350도까지 달궈지고 밤에는 영하 170도까지 내려가는 혹독한 가열과 냉각이 반복되는 죽음의 세계다.

수성의 대기는 매우 희박하여 지구의 대기권처럼 보호막 역할을 하지 못 하기 때문에 수성표면은 외부로부터 날아드는 운석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었고, 그래서 수성표면은 달표면처럼 운석 충돌로 만들어진 곰보자국들로 뒤덮여 있다.

매리너 10호가 전송해온 사진에 의하면 수성표면에는 울퉁불퉁한 언덕들이 촘촘히 모여 있기도 하고 스카프(Scarp)로 불리는 높이 수 백 ㎞에 달하는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절벽이 형성되어 있기도 하다. 그 반대편에는 지름이 1,300 ㎞에 달하는 거대한 칼로리스(Caloris) 분지도 있다.  

우주선을 타고 날아가 수성에 착륙한다면 어떨까?
낮에는 350도 밤에는 영하 170도라니 방열복, 방한복 다 준비해가야 할까?
수 백 km 높이의 절벽들과 거대한 분지는 얼마나 웅장할까?
수성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어떨까? 거기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파란색으로 반짝이는 금성처럼 보일까?

수성에서 바라보는 거대한 태양은 또 어떨까?
지옥 불을 보는 것 같을까?
지구보다 일곱 배나 강한 복사열과 강한 광선 때문에 태양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망막이 순식간에 타버리는 것은 아닐까?
지구에서는 오존층이 태양광선의 자외선을 99% 막아주지만 수성에서는 아무것도 자외선을 막아주지 않는다.
우주복을 입는다 해도 수성에서 태양광선에 노출되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또 수성으로 여행하려면 조심해야 한다. 우주선을 수성으로 바로 몰았다간 수성에 착륙은커녕 태양으로 바로 다이빙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수성에 탐사선을 착륙시키려고 미항공우주국은 몇 년에 걸쳐 우주선이 태양을 돌면서 조금씩 조금씩 태양을 향하여 고도를 낮춘 다음 수성궤도에 접근하여 착륙하는 방법을 쓸 거란다.

반대로 태양계 가장 바깥쪽, 태양에서 60억 ㎞나 까마득히 멀리 떨어진 명왕성은 초속 5㎞도 안 되는 속도로 248년에 한 바퀴씩 느긋하게 돌고 있다.
뭐? 느긋하다고? 초속 5 킬로미터를 우습게 보는 모양인데, 자그마치 음속의 15 배가 넘는다고. 명왕성도 열심히 달린다고!

* 잠시 거리를 정리하면,
태양-지구 거리는 1.5 억 킬로미터
태양-수성 거리는 0.6 억 킬로미터 (태양-지구 거리의 3분의 1이 약간 넘음)
태양-명왕성 거리는 60 억 킬로미터 (태양-지구 거리의 40배)

명왕성은 타원형 궤도를 돌기 때문에 공전속도가 느릴 때는 초속 3.7 km, 빠른 때는 6.1 km 정도 된다. 태양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돌고 있지만 음속의 10배, 15배 속도로 부지런히 달리고 있는 셈이다. 자전주기는 약 14시간 30분 정도이다.

2006년 8월 24일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 명왕성은 행성의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태양계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왜행성으로 새롭게 분류되어 134340호라는 소행성번호를 부여받았다.
인간들이 그러건 말건 명왕성에게 무슨 상관이랴.

태양에서 지구까지 거리의 40 배나 멀리 떨어진 명왕성에서 태양을 바라본다면 아득히 멀리에서 깜빡거리는 호롱불이나 촛불처럼 보일 것이다.
도달하는 태양빛이 너무 적으므로 엄청나게 춥다. 영하 248도.
온기가 전혀 없는 절대온도 0도(零度)인 영하 273도에 거의 다가가는 지독히 추운 어둠 속을 유령처럼 돌고 있는, 지름이 지구지름의 4분의 1, 겨우 3,000 킬로미터도 안 되는 바위덩어리, 얼음덩어리가 바로 명왕성이다.  

워낙 온도가 낮아 산소와 메탄가스가 고체로 저장되어 있어 인간이 에너지자원을 획득하는 데 가장 좋은 태양계 천체로 알려져 있지만 너무 멀다.  

달보다도 더 작은 명왕성의 표면중력은 지구의 약 6~7% 정도이므로 지구에서 몸무게가 60kg인 사람은 명왕성에서 약 4kg이 될 것이다. 손가락 하나로 물구나무서기도 할 수도 있고 새끼손가락으로 턱걸이도 간단히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자리에서 높이뛰기를 하면 살짝 뛰어도 5미터 정도는 어렵지 않게 날아올랐다가 사뿐히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명왕성은 자신의 크기에 육박하는 커다란 위성을 데리고 돌고 있다. 마치 월츠춤을 추는 것처럼 빙글빙글..

2006년 1월에 뉴 호라이즌스 명왕성 탐사선이 발사되었다.
이 우주선은 인류가 만들어낸 어떤 우주선 보다 더 빠른 속도인 초속 30 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려 9년 반 뒤에 명왕성에 다다를 것이라고 한다.
빛의 속도로 달린다면 5시간 반이면 닿을 거리를 9년 반 동안.......
너무 오래 걸린다고?
어쩌겠는가? 그게 현재 우리 인간의 과학기술의 한계인걸.

그런데, 뉴 호라이전스 탐사선이 그 빠른 속도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실은 강력한 추진로켓의 힘 때문만이 아니다.
지구가 태양의 궤도를 돌면서 명왕성 쪽을 향하여 달릴 때 지구가 달리는 초속 30 킬로미터(음속의 100배에 가까운)의 속도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즉 지구가 명왕성 방향으로 달릴 때 우주선을 발사하면 마치 태양이 지구를 가지고 명왕성을 향하여 공을 던지는 것처럼 우주선의 가속도를 얻는 것이다.

뉴 호라이전스호는 또한 몇 년 뒤에는 목성의 인력을 이용하여 더 빠른 속도를 얻을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목성으로 가까이 갈 때는 점점 빨라지겠지만 목성으로부터 멀어질 때는 속도가 점점 떨어져 원래 속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목성의 인력을 이용하면 시간이 많이 단축된다.
느린 자동차나 썰매가 거대한 구덩이같이 내리막과 오르막을 지난다고 하자. 내리막으로 내려갈 때 맹렬한 속도로 빨라지고 다시 오르막으로 올라갈 때는 점점 느려져서 원래의 속도가 된다면 속도는 원래대로 되었지만 그 구덩이를 지날 때 시간과 거리의 이득을 볼 수 있는 원리와 같다.

물론 뉴호라이전스호를 빨리 날아가게 하려고 목성에 너무 가까이 접근시키는 것은 안 된다. 아차 하는 사이에 목성으로 끌려 들어가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좌우간 모두가 달린다.
모든 혹성들이 달리고 우리도 달린다.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다.
열심히 달리지 않으면 빨려 들어가 죽는다.
아, 고달픈 혹성들의 삶이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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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응한 목사(C&MA 뉴저지 체리힐친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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