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붓가는대로)

낙엽

해처럼달처럼 2009. 12. 1. 00:05

 

 

 

 

 

낙엽; 인생

 

화사한 햇살 가득 머금은 봄처녀

님은 파릇 파릇한 움으로

우리 곁에 오셨습니다.

 

촉촉한 봄비 따뜻한 햇살 먹으며

무럭 무럭 자라 갔습니다.

백일을 맞아

님은 무성한 둥지를 틀기 시작했습니다

그 둥지 아래

온갖 새들 모여 노래 부르고

뜨거운 더위 거센 바람 막아주며

시원한 청량제가 되어 주었습니다.

길 가던 나그네도

님의 둥지 아래 멈추어

쉼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백일을 지나

님은 아름다운 단장을 시작했습니다.

노랑, 빨강, 초록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수많은 발걸음들을 잡아끌고

수많은 시선들을 받으며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님은 사랑에 취해

자신의 몸이 쇠약해지고

어디론가 먼 길을,

다시는 오지 못하는 그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채 말입니다.

 

아아!

님의 몸에서 향내 사라지고

찬 서리,

찬 바람에 몸을 떨며

낙엽지는 소리 되어

나락 나락 부닥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님은

하얀 무덤을

온 누리에 남겨 놓았습니다.

님의 자취는 사라졌으나

님의 흔적은

님을 사모하는 이들의 마음속에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새 봄

우리는 또

님의 그 움을 보았습니다.

환희!

부활!

그랬습니다.

님은 다시

우리 곁에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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