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붓가는대로)

너무 나무라지 말아다오

해처럼달처럼 2018. 11. 12. 12:11




너무 나무라지 말아다오



자꾸 잊어버린다고

뭐라 하지 말아라

기억을 못한다고

너무 나무라지 말아다오


그러고 싶어

그러는거 아니잖니

나도 아름다웠던 나의 삶

기억하고 싶고

계속 잘하고 싶단다


방금 한 말 또 하고

가끔은 똑같은 말

자주 하더라도

잔소리라 생각말고

흉보지 말거라


가끔 집안을 어질러 놓고

그릇을 놓쳐 깨뜨리더라도

뭐라 하지 말거라


뭐라 하면

주눅들고 눈치보게 되어

잘 할 것도 더 못한단다


가끔 네가 부탁한거

잊어버리고

손주녀석들 잘 못본다고

뭐라 하지 말아다오


나이가 들어가니

점점 기억력이 쇠하고

손발이 떨리고 힘도 빠지더구나


갈수록 주책없어지고

깔끔하지 못하더라도

뭐라 하지 말아다오


몸에서 냄새나고

옷매무새가 단정치 않아도

아름답다고 말해다오


이제 점점 더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리고

나도 잃어버리며

살날이 다가오는데

슬프고 두렵기만 하단다


얘야~

행여 내가 너를 잊어버려도

나무라지 말고

네 따뜻한 마음으로

꼬옥 안아주기 바란다

어쩌면 사랑스런 네 품은

기억이 날지 모르겠구나...


해처럼달처럼/차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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