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붓가는대로)

이민 1세대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해처럼달처럼 2012. 6. 11. 11:20

 

       

       

      이민 1세대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빈주먹 하나 달랑 들고

      고향친척 떠나 머나먼 타국 땅에서 외롭게 살아오셨던

      우리 부모님들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자식 하나 잘되기만을 바라며

      이른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죽어라 하고 일만 하던 이민 1세대들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이제 나이 들고 병들어 가족 품을 떠나

      너싱홈에 있으면서도 자녀들을 향하여

      바쁜데 이리 자주 오지 않아도 돼

      여기서 먹을 것 잘 주니까

      그렇게 뭐 사 갖고 오지 않아도 돼

      정말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내 걱정일랑 하지 말고

      아이들 잘 키우면서 너희들만 잘 살면 돼

      너싱홈에 계시는 어머니 아버지들은 자녀들 없이도

      행복하게 그렇게 잘 지나고 계시는 줄 알았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식사를 하실 때마다

      자녀들 먼저 생각하시는 우리 부모님들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침상에 누울 때마다

      자녀들이 그립고

      손주들이 보고싶어

      눈물흘리며 기도하시는 부모님들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주고 다 주어 자신을 비워내면서도

      홀로 눈물을 삼키우는...

      어두운 밤 차가운 침대에서

      지켜보는 가족없이 쓸쓸히 세상을 떠나시는...


      아!...

      이민 1세대들은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 해처럼달처럼/차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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