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야?

해처럼달처럼 2020. 3. 14. 08:44



찬밥 더운밥 가릴 때야?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야?

무엇인가 필요한 것을 찾고 구할 때 내게 꼭 맞는 것이 아니더라도 일단 챙겨놓고 보자는 말이다. 없는 것보다는 맘에 안들어도 있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배고픈 사람이 더운밥만 챙겨 먹을 때가 아니란 말이다. 물건으로 치자면 100퍼센트 효과를 못보더라도 그것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효과를 볼 수 있다면 갖고 보자는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이 요즈음 마스크를 사면서 사용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한국은 지금 마스크 대란이다. 이렇게 저렇게 방법을 모색해 보지만 만족할만한 해답이 나오지를 않는다. 게다가 값마저 펑펑 오르니 정말 울며 겨자 먹기란 말이 여기 또 쓰이게 된다. 마스크 규격이 대형, 중형, 소형이 있어서 자기 얼굴에 맞게 골라서 샀지만 지금은 크고 작은 것을 가릴 때가 아니란 것이다. 입과 코라도 가릴 수 있다면 좋다는 것이다.

이곳 미국도 마찬가지다. 나도 며칠 전부터 몇 날에 걸쳐 한인 약국을 비롯해 미국 약국 등 몇 군데 다녀봤지만 없다는 말만 듣는다. 그뿐 아니라 마트에 쌀도 라면 종류도 동이 났다. 자연스레 쌀값도 올랐다. 아마 좀 지나면 쌀도 입맛따라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무 쌀이라도 사서 먹어야 할 지 모른다.

재미있는 우스개 말도 돌아다닌다. 어떤 여자가 남자를 고르며, “너 집 있어?” “차 있어?” 할 때 어떤 한 사람이 그런 건 없어도 마스크 열 상자 있어.” 하니까 그 남자를 고르더라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몰고 온 현상 중 극히 일부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한 격리로 자유를 잃어버리고, 일자리도 잃어버리고, 일부는 목숨마저도 잃어버리기도 했다. 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이 놈이 날개라도 달렸는지 온 지구상을 날아다니며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덕분이라고 해야할 지 나도 두 주간 쉬게 되었다.


나는 대체로 음식을 까다롭게 먹는 편에 속한다. 까다로워서 까다로운 게 아니라 입맛에 안 맞으면 잘 안 먹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싼 음식, 고급 음식을 가려 먹는 게 아니라 아무 음식이고 먹기는 하지만 정 입에 안 맞으면 안 먹는다. 안 먹는 게 아니라 못 먹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까탈스럽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얼마 전 대상포진 예방주사를 맞고 몸살기를 할 때 어느 권사님이 곰탕 비슷한 것을 해주시며 영양가 있는 것이니 먹으라고 해서 받았다. 곰탕인줄 알았다. 그런데 옆의 분이 이야기하기를 곰탕이 아니라 닭발을 고아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아우! 이건 아무리 영양가 있는 것이라 해도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차마 그분에게 말은 못하고 다른 이에게 주었다.

그러고보니 또 새삼스럽게 옛날 일이 한 가지 떠올랐다. 총각시절에 교회에서 구역예배를 갔을 때의 일이다. 나는 마침 일이 있어서 늦게 도착하니 예배는 마치고 식사를 하는 시간에 맞추어 가게 되었다. 보니 삼계탕을 마련해서 막 먹기를 시작한 터였다나는 담임목사 사모님 옆에 앉게 되었는데 아마 그 때 그 사모님은 나를 보며 구세주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인 것 같았다. 일인즉슨, 그 사모님이 나에게 한 점 집어주며 더 먹으라고 건네주었는데, 보니 닭발이었다.

와아~! 이건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것을 안먹겠다고 다시 건네줄 수도 없고, 어떻게 했는지 기억은 없다. 어쨌거나 그 때처럼 곤혹스런 때도 없었다. 나는 지금도 닭발은 못 먹는다. 아니 못 먹는 음식이 참으로 많다. 그래서 몸뚱어리 여기저기 부실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못 먹는 것은 못 먹는다. 아마 그래서 하나님은 나를 선교사로 부르시지 않은 지도 모른다.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콧구멍과 입구멍만 틀어막을 수 있다면 뭔들 어떠랴!

면 마스크이던지, 비닐이던지, 방독면이라던지... 사람들은 지금 '코로나19' 앞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아무리 진화하고 극성을 부려도 결국은 사람들 앞에 굴복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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