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이제는 웃을 수 있어

해처럼달처럼 2019. 6. 29. 11:24

 

 

 

 

꽁트가 있는 에세이

 

이제는 웃을 수 있어

 

지난 몇 개월 동안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웃지를 못했다. 무슨 슬픈 일이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있어서도 아니었는데 맘 놓고 웃어 보지를 못했다. 아니, 웃을 일이 있어도 입을 크게 벌려 '하하하'하고 웃을 수가 없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위쪽 송곳니하고 그 바로 뒤 어금니가 깨어져서 그 전에 때웠던 시커먼 것이 보이면서 그때로부터 벌리고 웃는 것이 좀 그랬었는데 이번에 그나마 남아있던 치아가 뿌리만 남긴 채 부서지는 바람에 이를 빼내는 수밖에 없었다. 빼고 보니 나 자신 보기에도 빠진 부분이 보여서 웃거나 할 때 썩 보기가 좋지 않았다.

일하고 있는 데이케어센터에서 어르신들과 인사할 때도 "아이구, 이가 빠졌네."라며 스스럼없이 하는 말인데도 무언가 내가 약하고, 건강관리를 잘 못하는 것으로 생각되어서 입을 조금만 벌리고 웃어야만 했다전에 이가 빠진 사람들이 입을 가리고 말을 하거나 웃을 수밖에 없었던 그 심정들을 헤아리게 된 것이다.

 

그뿐 아니다. 머리털이 다 빠진 사람들이 옆에 조금 남아있는 머리카락을 열심히 머리 위로 끌어올리던 사람들도 보아왔다. 그들도 머리숱이 많았을 때에야 언제 그런 생각이나 해 봤겠는가.

그렇게 제 자리에 잘 있어주어야 할 것들이 없어지거나 모자라게 되면 사람들은 그것을 아쉬워하며 그것을 새로 채워 넣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쓰다 못해 마음까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본다.

사람들은 무엇인가가 있던 것이 사라지고 나면 그것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그만큼 수고와 함께 물질까지도 쓰게 되는 일을 종종 보게 되나 그 결과를 쉽게 얻지 못함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게 된다.

 

지난 1월에 아래쪽 어금니를 빼고, 3월에 그렇게 위쪽 이빨 하나하고 반이 부서져서 부득불 뽑아내고 보니 지난 몇 개월을 제대로 웃지를 못했던 것이다. 나이 들어가고, 또 치아관리를 잘 하지 못해서 오는 당연한 것임에도 이상하게 자신이 쪽팔리는 느낌으로 선입관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하게 된 것이다아직 다른 어금니도 해 넣어야 하지만, 다행히 그것은 잘 보이지를 않아서 웃거나 말하는 데 지장이 없으니 다행이다.

또한 고마운 것은 아직은 머리숱이 많다는 것이다. 다른 형제들에 비해 유독 머리숱이 많은 것이다. 게다가 살짝 곱슬머리이다 보니 많은 여성들 볼 때마다 "와아~ 그 머리 백만 불짜리네요."하며 부러워들 한다.

빠져서 고민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나아가 백만 불짜리라는 말까지 들으니 머리숱이 없는 사람들에겐 참 송구스럽기까지 하다. 얼마 전에는 교회에서 가발을 쓰고 다니던 한 친구가 여름철이 와서 덥다고 벗겨내고 교회에 왔는데, 이마 위로 한참 훤해 보여 다들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친구(그 친구도 머리숱이 없음)가 나를 보고 하는 말이 머리털 좀 두 사람에게 나눠달라고 한다.

그거 참!... 정말로 나누어 줄 수 있는 백만 불이라면 아낌없이 나눠줄 수 있으련만 그러지 못하고 혼자서 백만 불을 이고 다니려니 참으로 민망하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사람들은 누구나 막론하고 가지고 있던 것을 잃어버리거나 사라지고 난 후 아쉬워하는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은 건강관리도, 물질관리도 나아가 사람들과의 관계도 잘 가져서 노후에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틀전 치과를 찾아 마지막 점검을 하고, 오늘 위쪽 치아의 마무리를 지었다. 이제는 웃을 수 있다. 입을 크게 벌려서 노래도 할 수 있고,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결코 과장되거나 헛된 말이 아니라는 귀중한 배움을 치아가 빠지면서 다시 한 번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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