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랑하는 여보에게…

해처럼달처럼 2026. 1. 11. 10:56

사랑하는 여보에게…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서로 마음을 같이하며 높은 데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 데 처하며...(로마서 12장 15-16절)

 

오늘 내가 당신 곁에 앉아 당신의 고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그동안 당신이 물 한 모금 마실 때, 음식 한 술 뜰 때 조금씩 흘리는 모습을 보며 내 마음이 급해서, 당신이 속히 기운 차렸으면 하는 욕심과 가끔은 짜증이 나기도 해서  "흘리지 말고 잘좀 먹을 수 없느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었지.

여보, 그런데 내가 이번에 이를 빼고 직접 겪어보니 이제야 알겠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물이 흐르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 작고 사소한 일들이 당신에게는 얼마나 큰 산처럼 느껴졌을지… 당신이 겪고 있던 그 '시린 사정'을 내가 너무나 몰랐어.

"이가 시려본 사람만이 그 사정을 안다"고 하는데, 나는 당신 곁에 있으면서도 내 몸이 성하다는 이유로 당신의 아픔을 내려다보고 우쭐댔던 못난 남편이었어.

이제는 당신이 흘리는 물방울이 당신의 눈물처럼 느껴져. 앞으로는 흘리더라도 화내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길로 더 깨끗이, 더 정성껏 닦아줄게. 내 기준이 아니라 당신의 상황 속으로 들어가서, 당신의 손과 발이 되어줄게.

여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우리 성경 말씀처럼 같이 울고 같이 웃으며 이 길을 함께 가자.

 

사랑해,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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