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붓가는대로)

“그래? 그럼 더 싸도 돼”

해처럼달처럼 2011. 4. 16. 13:43

 

 

 

 

                                                                                                      


      “그래? 그럼 더 싸도 돼”

       

       

      일하는 사이 사이

      하루에 두어 번 정도 아내를 돌보아 준다.

       

      하루에 두어 번은

      대소변을 보아야 하니 말이다.

       

      물론,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내가 아니더라도 그들이 잘 돌봐준다.

       

      그러나 웬일인지

      아내는 가끔 기저귀를 적신다.

       

      이제 여름이 다가오니

      축축한 기저귀 차고 있으면 안 좋을 텐데 염려도 된다.

       

      오늘도 점심 식사 후

      아내를 데리고 화장실에 갔다.

       

      “기저귀 젖었어?”

      - 아니~

       

      그런데 바지를 내리고 양변기에 앉혀 보니

      기저귀가 젖어 있다.

       

      “아니~ 이리 젖었는데 안 젖었다 해?”

      - 으응, 나도 모르게 웃다 보면 조금씩 나와...

       

      “그래? 무슨 웃을 좋은 일이 있어?”

      - 응, 할머니들이 웃겨서 웃다 보면 소변이 나오네.

       

      “그래? 그럼 더 싸도 돼.

       많이 싸더라도 많이 웃어주는 게 좋으니까....”

       

      하루 종일 휠체어에 앉아

      웃을 일이 그리 많지 않을 아내

      하루 기저귀를 몇 개 적시더라도

      많이 많이 웃어주기를...

       

       

      -해처럼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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