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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기 리얼리티쇼 '언더커버 보스'의 한국인 CEO

해처럼달처럼 2011. 5. 9. 10:45

미국 인기 리얼리티쇼 '언더커버 보스'의 한국인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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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언더커버 보스'에 출연, 턱수염으로 변장하고 직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데이비드 김 CEO. 

 

지난 4월10일 오후 9시(미국 동부시각) 미국 CBS 방송. 평균 시청자 1770만명으로 현재 미국 내 가장 인기있는 리얼리티쇼 ‘언더커버 보스’에 한국인이 등장했다. 미국 내 체인점 400여개, 연 매출 3억달러를 올리는 멕시코 패스트 음식점 ‘바하 프레쉬(Baja Fresh)’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김(42). 그는 가짜 턱수염을 붙이고 자신의 회사에 위장취업해 종업원들의 애환을 체험하며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세븐일레븐, 디렉트TV, 시카고 컵스, 내스카 등 미국에서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회사의 CEO가 그동안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다.
김 사장은 바하 프레쉬 뿐만 아니라 ‘라 살사 프레쉬 멕시칸 그릴’, ‘스위트 팩토리’, ‘시너본 베이커리’ 등 7개 레스토랑 체인을 갖고 있다. 그가 소유한 레스토랑을 보고 일부에서는 ‘타코(멕시코 대표적 음식) 왕’ 등으로 부르지만 그는 사실 음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턴어라운드(turnaround) 전문가’다. 망해가는 회사를 인수해 흑자를 내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실전형 CEO로 유명하다.
그가 현재 CEO로 있는 바하 프레쉬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1990년 창업된 이 회사를 미국 레스토랑 체인계의 거인 웬디스는 지난 2002년 무려 2억7500만달러에 사들였다. 월가에서는 당시 이 거래를 평방피트당 가장 비싼 가격을 치른 소매체인 인수로 평가했다. 하지만 웬디스가 인수한 이후 바하 프레쉬의 매출은 계속 떨어졌고, 결국 4년 뒤 웬디스는 데이비드 김 사장이 이끄는 컨소시엄에 단 3100만달러를 받고 팔았다. 이 거래는 이번에는 평방피트당 가장 싼 소매점 인수거래로 평가됐다. 김 사장은 인수 하자마자, 회사의 회계, 구매, 판매, 인사시스템을 모두 바꿨다. “쓰러져가는 회사를 바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빠르게 진행하지 않으면 나태해지죠.”
1년에 1500만달러씩 적자를 내던 바하 프레쉬는 김 사장이 인수한 바로 다음 달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흑자규모가 늘어나면서 김 사장은 계열사인 ‘라 살사 프레쉬 멕시칸 그릴’까지 사들였다. 그는 “망해가는 회사에서도 매출은 일어나는데, 결국 비용관리가 안되서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며 “안되는 회사에선 직원들이 출장가서 5성급 호텔에 머물면서도 회사 일은 등한시하는 등 썩은 기업문화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디즈니랜드가 있는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부근 바하 프레쉬 본사 회의실엔 ‘운영의 탁월함을 추구한다’는 회사 운영방침이 붙어있다. 최상의 맛을 위한 최고의 신선도를 내기 위해 ‘요리한지 5분이 지난 음식은 버린다’ 항상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기위해 ‘개점과 폐점시 체크리스트를 준수하고, 세부적인 것을 살필 수 있도록 눈을 훈련한다’ 빠른 서비스를 위해 ‘모든 팀 멤버들은 교차훈련을 받으며 주문받으면 5분 내에 처리한다’ 따뜻한 서비스를 위해 ‘매니저는 손님이 오면 늘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떠날 때 다시 오고 싶도록 해야한다’ 등 12가지 세부원칙을 걸어두고 실천한다.
철두철미하게 레스토랑을 경영하지만 정작 그는 “레스토랑은 아주 힘든 장사이고, 사실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구글 등 테크기업은 비용의 대부분이 인건비이고, 제조업체도 여기에 제조비용과 원료비용이 추가되는 정도이지만, 레스토랑 비즈니스는 음식 비용과 부동산 비용 등이 더해져 좀처럼 이득을 남기기가 쉽지않다는 것이다. 그는 “병원사업과 인터넷 사업도 해봤지만 잘안됐다”며 “결국 나의 장점은 리테일 비즈니스에 있고 이 시스템을 활용하기위해서는 힘들더라도 레스토랑 등 소매업을 경영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현재 레스토랑 비즈니스 이외에도 투자전문회사인 캘리버 캐피털 그룹을 포함해 모두 11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많지만 김 사장처럼 실제로 비즈니스의 바닥을 알고 경영을 통해 흑자를 만들어내는 전문가들은 미국 내에도 많지 않다. 그는 “최근 약국 체인점인 ‘라이트 에이드’ 투자자들로부터 비즈니스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그가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비즈니스의 귀재’가 된 것은 일찍 비즈니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시절 볼리비아, 파라과이 등의 대사를 지낸 부친이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 이후 강제 퇴직되자, 그는 부모를 따라 12살의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왔다. 어느 날 새벽 장사를 나가는 부모를 따라 애너하임의 ‘벼룩시장’에 도착한 그는 자동차 속에서 장난감을 파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부모가 이렇게 됐구나”라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날 하루종일 팽이를 돌린 그는 132달러를 벌었다. 그는 그날부터 비즈니스를 했다. 학교가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했고, 주말에는 장사를 했다. 인도네시아 재벌 친구와 함께 고등학교 때 집을 뜯어 고쳐 새로 파는 사업도 했다. 그는 “깜깜할 때 집에서 나오고 들어갔던 기억 밖에 없다”며 “안해본 일이 없고, 그래서 내겐 사춘기가 없었다”고 했다. 캘스테이트풀러튼 칼리지에 입학해 비즈니스를 전공하던 그는 실제 비즈니스 대신 이론만 가르치는 교수들을 보고 3학년 때 자퇴했다. 김 사장은 “내가 보고 경험한 것과 완전히 딴 판이어서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꽃 소매상, 비디오 대여 체인, 개인비행기 운영회사, 물류회사, 보험회사, 부동산 개발업 등 30여가지 비즈니스를 했다. 그의 주변엔 “어떻게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지”를 묻는 중소기업 창업자와 경영자들이 많다. 그는 그들을 보면서 ‘이그나이트(ignite)’라는 비즈니스 안내서를 올해 펴냈다. 바닥에서 시작해 성공을 일궈냈고, 앞으로 더욱 성공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그에게 성공비결을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성공은 이룩한 게 아닙니다. 아직 이뤄지지 않은 거죠. 내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뤄나가는 것, 이게 성공입니다. 게으르지 말고,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사이프레스(미 캘리포니아주)=박종세 특파원 jspark@chosun.com

 

@ '언더커버 보스' 바하 프레쉬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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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 링크> http://www.cbs.com/primetime/undercover_boss/video/?pid=ZQJ6mA5az7ubZyxNwhZvh1DlhVlmBvnA&vs=Default&play=true

 

데이비드 김 사장은 CBS 방송이 지난해 2월부터 시작한 ‘언더커버 보스’ 프로그램 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아시아계 CEO다. 이 프로그램은 보스들이 어떻게 변장하고 자신의 회사에 들어가며, 실제로 일을 하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떻게 해결책을 내놓는지 보여준다.
CBS는 당초 김 사장에게 ‘펑크 록 가수’차림을 제시했으나, 잘 어울리지 않아서 턱에 염소수염을 달고 모자를 눌러 쓴 비디오 편의점 직원으로 변장시켰다. 바하 프레쉬의 매니저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을 리얼리티쇼로 찍는 것처럼 직원들을 속였다. 그는 라스베이거스, 사이프레스, 애리조나 등의 지점에서 각각 일반 매니저, 현금출납직원, 스토어 매니저, 운영 매니저의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그는 살사 소스를 만들다가 옷을 버리고, 청소를 허술하게 하다가 주의를 받는다. 손님들의 주문을 제대로 받지못해 줄이 문 밖으로까지 길게 늘어지는 바람에 결국 사과의 뜻으로 공짜 쿠폰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는 프로그램이 끝난 뒤 “내가 예전에 매일 하던 일이어서 잘 할줄 알았는데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 프로그램 속에서 재능있고 헌신하는 직원들을 발견하고 프로그램 끝 부분에 이들의 의견을 회사 경영에 반영하며 개인적으로 보상한다. 자신의 레스토랑을 갖는 게 꿈인 일반 매니저 호세에게 5만달러 상당의 프랜차이즈 권리를 무상으로 제공하며 필요한 자금 조달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또 빠른 손놀림으로 현금출납을 봤던 필리핀 직원에겐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있도록 1만5000달러를 줬다. 책임감을 갖고 손님들과 소통하는 스토어 매니저에겐 5000달러를 줘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음식배달 아이디어를 낸 운영 매니저 캐리에겐 7000달러를 줘서 어린 딸이 대학에 들어갈 때 학자금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매회 언더커버 보스 프로그램이 끝나면 출연 CEO의 문제 해결 방식에 점수를 매기는 블로그 ‘칼러드 쉽’은 데이비드 김 사장에게 ‘A’를 줬다. 김 사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원래 직원들을 격려하기위해 출연했는데 오히려 내가 많은 감동과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이프레스(미 캘리포니아주)=박종세 특파원 js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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