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동방박사 이야기 하나 더

해처럼달처럼 2009. 12. 5. 12:27

동방박사 이야기

 

'박사'라고 하지만 본래 '매기'(magi)라고 하였는데, 이는 "존경을 받으실 분"이라는 뜻으로 옛적 파사와 메대의 제사장 또는 신관(神官)들을 일컫던 이름이다. 그들은 거룩한 일을 맡아 보았고, 민중들 가운데서 가장 높은 교양을 지닌 철학자들이었다. 마치 바벨론의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처럼....

그들은 점성학자로 대개 왕궁에서 왕의 고문이었고, 또한 왕자들의 선생이기도 했다. 여러 세기가 지나면서 그들은 차차 인망을 잃게 되고 지방으로 유랑하는 유랑 선지자요 예언자가 되었다고 한다.

마태복음에도 그들을 가리켜 "동방박사 세 사람"이라 하였고, 그들의 이름과 신분에 대하여 여러가지로 불리고 해석되었는데 6세기경부터는 그들을 왕이라 하였다. 역사가 삐드는 그들을 멜콰이어, 발타살, 캐스팔이라고 불렀는데, 멜콰이어는 아라비아, 발타살은 에티오피아, 캐스팔은 탈서스 왕이라고 하였다. 또 다른 전설은 그들이 떠난 곳은 바벨론이라고 하며, 그들이 바벨론을 떠날 때에 조금 가지고 온 빵이 오는 도중에 아무리 먹어도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들이 아기 예수를 만나 각각 예물을 드렸는데 곧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었다. 황금은 아기를 왕으로 모시는 표요, 유향은 예수의 신성을 상징하고, 몰약은 그가 죽으실 것을 예언하는 것이었고, 이 예물을 받은 마리아는 아기 예수를 싸서 안았던 흰 보자기를 끌러서 박사들에게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각기 자기 나라로 돌아가 모두 왕위를 버리고, 자기들의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평화의 복음을 전하러 다녔다고 한다. 40년 후에 사도 도마가 인도에서 그들을 만나 세 사람에게 세례를 주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듣게 되고 그들을 사제로 삼았다고 한다. 후에 전도자의 생활을 계속하다가 순교를 당하였다고 한다.

 

 

동방박사에 대한 이야기 하나 더

 

제 4박사 이야기

 

파사에서 아기 예수를 경배하기 위해 떠난 박사는 세 명이 아니라 네 명이었다고 한다. 앞서 말한 멜콰이어, 캐스팔, 발타살은 제 시간에 도착하여 예수께 경배하고 예물을 드렸지만 4번째 박사인 알타반은 조금 늦게 떠나면서 예루살렘에서 서로 만나기로 했다.

알타반은 왕을 찾아 경배하기 위해 길 떠날 차비를 하고 예물로 드리려고 청옥, 루비, 진주의 값진 보석을 준비하고 그의 또 다른 친구들을 불렀다. 당신들도 나와 함께 가서 왕을 만나고 왕께 경배하자고 했으나 그들은 지금 이스라엘은 나라도 없는 상태인데 무슨 왕이 나겠으며, 또 왕이 난다 한들 어떻게 로마를 대항하겠느냐고 오히려 고생하지 말고 떠나지 말 것을 권유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알타반은 혼자 말을 타고 집을 나섰다. 파사에서 예루살렘까지는 880km, 2000리가 넘는 길을 앞서 간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밤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며 길을 달렸다. 이렇게 열흘이란 긴 시간을 달려온 끝에 이제 예루살렘까지는 3시간여를 남겨두고 가는 도중 숲속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한 히브리 사람이 위급한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알타반은 그가 가엾다고만 생각하고 그 때문에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발길을 돌렸다. 바로 그때 그 병자는 손을 내밀어 알타반을 잡으며 도움을 요청했다. 알타반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꾹 참고 기도를 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신을 뵈옵기 위해 이 사람을 버리리까? 아니면 이 사람 돕는 것을 당신 뵈옵는 것처럼 하오리까? 길잃은 나를 인도하소서"라고 기도하며 그는 병자를 안아 길 한쪽에 눕히고 물을 먹이며, 갖고 있던 약을 먹였다. 한참 후 그 환자는 회복이 되었고, 이야기 하는 동안 알타반이 아기 왕을 만나러 간다는 말을 듣고 우리 선지자들의 글에 유대의 왕은 베들레헴에서 날 것이라고 이야기 해주며 꼭 만나게 되기를 기도해 주었다. 그렇게 시간을 지체한 후 예루살렘 성에 오니 친구들은 보이지 않고 쪽지에 "우리는 지난 밤까지 그대를 기다리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먼저 갑니다. 뒤따라 베들레헴으로 오시오"라는 메모를 보았다.

 

알타반은 그동안 준비해온 양식도 다 떨어지고 말도 지쳐 있었다. 그는 약대로 바꾸어 탄 다음 왕도 친구들도 만날지 모르는 길을 떠났다. 베들레헴에 가보니 이미 사흘 전에 박사 일행이 아기 예수를 찾아 경배하고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거리 저 거리를 거닐다가 한 집에 들어가니 한 젊은 부인이 갓난 아기를 재우고 있었다. 그 여인은 박사들의 이야기와 목자들의 이야기를 해 주고 요셉과 마리아도 아기를 데리고 애굽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리고 또 소문에 의하면 헤롯이 군대를 베들레헴으로 보낸다는데 아마 세금을 더 받아갈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며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타반은 여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품안에 안긴 아기를 보며 이 아기가 왕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다가 영영 아기를 못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여러 마음들이 교차해 지나갔다. 여인은 피곤한 알타반을 위해 음식을 차려 왔고, 고맙게 음식을 먹는 동안 아기는 잠이 들었다. 그 때 갑자기 밖에서 병정들의 소리가 나며 여인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 왔다. "병정들이 어린아이를 죽인다"는 고함소리에 아기 엄마는 반사적으로 아기를 옷 속에 감추고 컴컴한 곳으로 숨었다.

알타반은 대문 쪽으로 가서 서 있었다. 잠시 후 대문이 열리며 병정들이 들어왔다. 알타반은 문을 가로막고 "이 집에는 나 외에 아무도 없오"하며 피 빛보다 더 붉은 루비를 손바닥에 놓고 굴렸다. 대장은 값비싼 루비를 보자 눈이 휘둥그레지며 감격과 욕심과 만족의 감정이 입가에 번지더니 손을 펴서 슬그머니 보석을 집으며, "앞으로 갓! 이 집에는 아무도 없다"하며 집을 떠났다. 알타반은 문을 닫고 들어와 기도했다. "진리의 신이여 나를 용서하소서 당신에게 바치려던 예물을 어린아기를 위해 써버렸습니다. 무슨 낯으로 왕을 뵈오리까?" 하며 슬퍼하는 데 숨어있던 여인이 "당신은 죄없는 어린 것을 죽음에서 구하셨으니, 반드시 하나님의 은혜가 당신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라며 알타반을 위하여 기도해 주었다.

 

또 다시 알타반은 왕을 찾으러 애굽으로 내려갔다. 그 넓은 애굽 천지를 다 뒤져서라도 반드시 왕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애굽을 헤매고 다녔다. 다니는 동안에 기아와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때로는 늙고 헐벗은 사람들을 위해 또 자신의 삶을 위해 청옥을 팔아 썼다.

 어언 집을 떠난지 30년이 지나고 알타반의 나이도 70을 넘었다. 돌이켜 보면 한 왕을 만나겠다고 너무나 헛된 세월을 보내온 괴로운 추억 뿐이었다. 집을 떠날 때 만류하던 친구들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새삼 후회가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진주 하나, 바로 이 때쯤 새로 나신 왕께서 예루살렘에 있다는 말을 듣고 그는 다시 용기를 내서 예루살렘을 향해 떠났다. 또 다시 시간은 흘러 알타반이 집을 나서서 순례의 길을 나선지 33년, 이제 마지막 힘을 다해서 왕을 만나야겠다는 마지막의 길을 나선 것이다. 예루살렘에 도착해서 보니 유대인의 큰 명절인 유월절을 당하여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물으니 "아니 아직도 소식을 못들었소? 오늘 골고다라는 언덕에서 강도를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는데 나사렛 사람 예수도 함께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답니다. 그런데 이 예수라는 사람은 많은 이적을 행하여 병도 고치고 죽은 사람도 살리고 사람들을 가르치고 사랑해서 많은 사람들이 메시아라고 하며 따르고 그를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며 유대인의 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제사장들과 바리새교인들의 송사에 의해 빌라도에게 사형을 받게 된 것입니다."

 

알타반은 걷잡을 수 없는 가슴을 안고 골고다 언덕으로 향해 갔다. "그가 33년전 베들레헴에 나신 그 분이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왜 하나님이 그를 못본 체 하시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 내게는 아직도 귀한 진주가 하나 남아 있으니 이것으로 그를 구해 낼 수 밖에 없다. 아마 그렇게 하라고 나를 이곳으로 인도하셨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길을 가는데 저쪽에서 병정들이 한 소녀를 끌고 오고 있었다. 소녀는 병정들에게 안 끌려가려고 몸부림을 치는 것이었다.

소녀가 알타반에게 가까이 왔을 때 소녀는 알타반의 다리를 잡으며 애걸하는 것이었다. "인정많은 할아버지 나를 좀 살려 주세요. 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빚값에 이 사람들이 나를 종으로 삼으려고 끌고 갑니다. 나는 죽어도 종이 되기 싫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이 광경을 본 알타반은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듯 머리가 아찔해 졌다. "어떻게 하나, 이 마지막 남은 진주로 소녀를 구해야 하나. 아니면 왕을 구해야 하나? 오 하나님 왜 나를 이렇게 시험하는 것입니까?" 그는 드디어 결심을 하고 마지막 남은 진주를 꺼내어 소녀에게 주며 "자 딸아 받아라. 이것은 내가 왕에게 드리려고 평생을 간직하고 있던 마지막 보화란다. 이것을 그들에게 주고 자유의 몸이 되어라"

 

그 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며 사나운 폭풍이 불고 지진이 일어나며 온통 난리가 났다. 알타반과 자유를 얻은 소녀는 담밑에 의지하여 서 있었다. 이제 알타반은 아무 미련도 없었다. 다만 자기의 할 일을 다했다고 믿고 나머지는 하나님의 뜻에 맡기기로 했다.

이 때 다시 강한 지진이 일어나며 천지를 뒤흔들었다. 그 바람에 지붕에 있던 무거운 기와장이 떨어지며 알타반의 머리를 내리쳤다. 늙고 힘없는 알타반은 피를 흘리며 땅에 쓰러졌다. 소녀가 쓰러진 할아버지를 안고 어찌 할 줄 모르고 있을 때 어디선가 은은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알타반의 귀에 들려 왔다. 그리고 잠시 후 알타반의 힘없는 입술이 열렸다.

"주여, 아닙니다. 언제 제가 당신이 배고파 할 때에 음식을 대접했고, 목말라 하실 때에 마실 것을 드렸으며, 헐벗었을 때에 입혀 드렸으며, 옥에 갇혔을 때에 찾아 보았습니까? 저는 당신을 섬기기는 커녕 당신의 얼굴조차도 한번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때 부드럽고 은은한 음성이 다시 들려 왔다.

"진실로 내가 네게 이르노니 내 형제 중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니라."

알타반의 창백했던 얼굴에 갑자기 광채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극히 만족한 미소를 띄우며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그의 고달프고도 긴 여행은 끝났다. 그의 귀중한 예물은 모두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셨으며, 알타반은 일생을 사모하고 그리던 구주요, 왕이신 예수를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모시고 살게 된 것이다.

 

알타반이 만났던 사람들, 알타반이 도왔던 사람들, 그들은 모두가 다 하나님이며, 예수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님은 지금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도 가서 그와 같이 하라."

성탄의 진정한 목적은,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참 목적은 바로 형제를 사랑하며 돌보는 데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