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춘기

해처럼달처럼 2024. 7. 21. 10:34

사춘기

 

최근 들어 부쩍 병원을 방문하는 일이 잦아졌다. 병원을 자주 드나든다는 것은 무언가 몸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증거다.

 

지난 4월 한국을 다녀오면서 두 어 가지 일로 병원을 방문하려고 했었고, 방문하기 전부터 한국에 있는 의사와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방문 며칠전부터 의사들, 특히 대학병원 교수들까지 정부 방침에 반발하면서 파업을 하는 바람에 그 일이 무산되고 말았다. 다른 지인이 일반 병원은 늘 오픈하니까 가보라고 소개해 주기도 했었으나 보험관계로 인해 아예 연락조차 하지 않고 돌아왔다.

돌아오고 나서 두 주 정도 지나면서 피곤도 쌓이고 해서인지 감기몸살을 앓았고, 오래전부터 생겼던 목 뒤 혹(지방종)이 점점 커지면서 주변에 자그마한 통증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가을부터 검사 후 나타난 전립선 비대증이 심해지면서 이 두 가지 일을 우선적으로 병원 예약을 하고 방문을 하면서 지난 6월부터 오는 8월까지 계속적인 병원 방문과 예약을 앞두고 있다.

 

70대에 들어서니 몸의 여기저기서 펑펑 펑크가 나는 소리가 들려온다. 만으로 70에 들어서는 올해부터 무언가 몸의 컨디션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도 눈, 귀, 치아, 무릎, 허리 등 온 몸 구석구석 문제투성이다. 이제는 건강하기를 바라기 보다는 오히려 점점 더 많은 약들과 병원과 친해져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비단 몸뿐이랴. 마음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흔히들 말하기를, 나이 먹어 몸은 말을 잘 듣지 않아도 마음만은 청춘이라며 건강하다고들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음을 절실하게 깨달으며 스스로도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나이 들어 몸이 약해지는 것만큼 마음도 쇠약해지고 병들게 된다. 나이 들어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고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리거나 의지가 약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이 시기를 노년기에 접어드는 사춘기라 말하고 싶다. 10대 틴에이저들이 겪는 사춘기가 말년으로 접어드는 시점에도 있을 수 있겠다 싶은 것이다. 단지 틴에이저들의 사춘기는 보다 더 어른스러움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라면 노년에 접어들면서 오는 사춘기는 성숙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철없는 어린 아이를 닮아가는 사춘기로 보고 싶다.

 

사춘기를 지나는 어린 자녀들에게 기쁨을 주고 용기를 주고 소망을 심어줄 수 있는 두어 가지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격려와 칭찬이다. 실수하거나 잘못했을 때 심한 꾸지람과 질타는 오히려 아이들을 더 주눅들게 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마음을 갖게 하면서 소심하거나 우울하게 자라게 하는 것처럼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노년들에게도 격려와 칭찬을 해주는 것이 노년의 아름다운 건강을 지켜나가도록 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무람이나 비난과 회초리는 오히려 반발심을 갖게 하고 어긋난 길들로 가지 않던가. 사춘기를 지나는 노년들에게도 나무람보다는 따뜻한 격려와 사랑담긴 칭찬이야말로 그 어떤 약보다도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몸도 작아지듯이 마음의 이해하는 폭도 좁아진다. 아무런 생각없이 대해주는 것에서도 서운함과 섭섭함, 그리고 소외당한다는 느낌을 쉬이 갖는다. 그것은 비단 남들 뿐 아니라 자녀들을 대하는 상황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아마도 어쩌면, 차라리 그러한 부분들을 잊어버리는 것이 자신들을 위해 더 낫기에 하나님은 노인들에게 치매라는 질병을 주셨는지도 모르겠다.

 

정상적인 사람일지라도 나이가 들어가면 무엇인가를 더 하거나 갖거나 하는 그런 것보다는 이제는 하나 둘 비워내는 작업을 하고 싶어한다. 자녀들이나 주변에서도 오히려 비워내고자 하는, 정리하고자 하는 그 삶에 진정한 행복과 평안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면서 소소한 자그마한 일들로도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그런 사랑이 더욱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사춘기', 잘 견디고 나면 성숙하고 멋진 사람이 되어지듯이 노년에 들어 찾아오는 사춘기를 잘 보내고 황혼의 멋진 삶을 가꾸어 가려면 무엇인가 자기만의 일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글을 쓴다든지, 그림을 그린다든지, 운동을 한다든지, 아니면 요즘 여기저기에서 노인들을 위한 수많은 강좌와 프로그램에 동참하면서 친구들도 사귄다면 사춘기를 벗어난 남은 생을 더욱 바람직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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