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아버지, 한번만 ‘까꿍!’ 해주시겠어요?

해처럼달처럼 2009. 4. 7. 03:54

  

그 일이 있은 지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후딱 지나갔다.
아내가 당뇨로 인해 중풍으로 쓰러져 병원에 한달, 그리고 양로원(Nursing-Home)에서의 1년이란 세월이 그렇게 지나간 것이다. 아마도 쓰러진 본인은 시간이 빨리 지나기를 바랄지도 모르겠다. 휠체어에만 앉아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며 생활한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하고 몸과 마음이 고통스러울까.
옆에서 지켜보는 나 자신도, 일하는 시간이나 잠자리 들어서도 그 사람을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져 온다. 하루종일 앉아서 자신의 힘으로는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자신을 이겨내기가 쉽지만은 않으리라. 그래서 틈만 나면 달려가서 함께 걷기도 해주고, 침대에 눕혀주기도 했다. 때로 날씨 좋은 날엔 밖에 나와 햇빛도 쐬면서....
그 양로원에서는 우리 부부가 금실 좋은 부부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 같이 사랑하는 사이라고도 그랬다.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가고 먹을 것이며, 빨래하는 일 등의 정성(?)을 그들은 그렇게 본 것이다. 양로원 입장에서는 그렇게 만날 찾아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루는 복도에서 아내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 결혼 행진곡을 흥얼거렸더니 사람들이 깔깔대고 웃으면서 우리의 사랑을 부러워 하기도 하였다. 천천히 손잡고 걸을 때마다 그들은 우리를 보며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나의 생활 또한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아내가 맡아 하던 집안 일(빨래, 식사 등)이며 다 성장한 아들이지만, 그 녀석에게 마음 쓰는 일 등이 부과적으로 나에게 발생한 것이다.
그렇게 1년을 넘게 보내왔다. 지금은 아내가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가 있어서 예전처럼 자주 가보지는 못하지만, 그 일 말고는 여전히 모든 일들을 내가 보아야만 한다.
미우나 고우나 아내의 빈 자리가 빈 자리 뿐 아니라 나의 마음 자리까지도 허전하게 만들었다.
실은 우리 부부는 예전에 그렇게 행복하게 살던 부부가 아니었다. 하루라도 다툼이 없으면 그것이 기적일 정도로 우리는 다투어 왔다. 옆에 없었으면 하는 바람, 이 삶을 떠나 어디론가 가고픈 마음을 안고 하루 하루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왔다.
지금, 그렇게 내가 떠난 것이 아니고 그녀가 내 곁을 떠나가 있는데도 내 마음엔 평화가 없다. 기쁨이 없다. 소망도 없다. 답답할 뿐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은 지난 1년여간 기도해 오면서 하나님의 위로가 내게 임했었던 것이다. 그런 고통과 아픔  가운데 있는 그녀가 그리도 불쌍하고 안쓰러워 많은 시간을 눈물로 하나님께 호소하기도 했다. 아니 차라리 내가 그 고통 가운데 있어야 한다고도 해왔다.
어느 날, 설교를 준비하던 중 예전에 써 놓았던 글(어린아이 같지 아니하면...)을 보다 문득 부모가 갓난 아이에게 보여주던 사랑의 모습을 돌이켜 보면서 하나님 앞에 나 자신을 어린아이로 드려본다.
아기는 아기 그 자체가 부모에게 있어 기쁨이다. 아기가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아도 부모는 아이가 사랑스럽고 기쁘다. 아니 오히려 부모가 무엇인가를 해주지 못해 안달이다. 아기에게 “까꿍 까꿍!” 하면서 아기를 기쁘게 해줄려고 애를 쓴다. 아기의 기쁨이 곧 부모의 기쁨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무엇으로도 어디에서도 기쁨이 없다. 위로함도 평안함도 없다.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어린아이처럼 그냥 가만히 누워서 발버둥치는 일 외에는....


“하나님 아버지 제게 오셔서 한번만 ‘까꿍!’ 해 주시겠어요? 그러면 제가 좀 힘을 얻을 것 같네요.”

 

“그가 너로 인하여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인하여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라는 스바냐 선지자의 말처럼 나 자신이 그렇게 하나님 앞에 기쁨이 되기를 원합니다.

 

                                                                                                     2009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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