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간증

밧세바의 고백

해처럼달처럼 2009. 10. 20. 06:41

나는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입니다. 아니 다윗 왕의 아내 밧세바라 해야 더 옳겠지요.

먼저 나의 집안에 대한 말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군요.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다윗 왕에게는 많은 모사와 용사들이 있었는데, 그 모사 중 하나인 길로 사람 아히도벨이 나의 조부이며 나의 아버지는 암미엘이라고도 불리는 엘리암으로 다윗 왕의 30인 용사 중 한 분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나의 집안은 대대로 내려오는 용사의 집안이자 왕과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해오는 집안 내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나 역시 그런 가문에서 태어나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오기도 했지요.  집안에 내려오는 용사의 기질이 내게도 있었던지 비록 여자였지만, 나의 야망과 꿈은 내노라 하는 남정네들을 능가할 정도여서 뭇 남성들의 혼을 빼놓기에도 충분했었답니다.

 

물론 다윗 왕의 말년에 할아버지 아히도벨이 다윗 왕의 아들 압살롬을 도와 그를 왕으로 추대하려다 실패하여 스스로 목을 매 죽음으로 가문에 조금 부끄러운 오점을 남겼지만, 다윗 왕의 전성기 때는 그를 보필하여 이스라엘 건국에 수많은 공적을 남기기도 하였답니다. 게다가 나의 아버지 엘리암도 이스라엘의 용사 중 하나로 30인 용사에 이름을 올리며 다윗 왕가를 위해 충성을 다해 온 분이었기에 나는 늘 그 분들에 대한 자부심을 안고 살아 왔답니다.

 

그리고 이미 그 이전부터 아버지는 헷 사람 우리아를 잘 알고 있었지요. 비록 우리아는 30인 용사에는 들지 못했지만, 37인 가운데 들어갈 정도로 그도 훌륭한 장수였답니다. 아마도 그가 헷 족속이 아니었다면 그도 더 큰 용사로 살아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아버지 엘리암과 더불어 많은 전쟁을 치루고 전쟁터를 오가며 상사와 부하간의 끈끈한 우정을 갖게 되었고, 우리아를 신실하고 훌륭한 장수로 보아 온 아버지는 내가 아니더라도 나의 형제 중 그 누구인가를 그에게 시집보내 사위로 삼고 싶어 할 정도의 관계이기도 했답니다.

 

다시 나의 이야기로 돌아온다면,

나는 성장하면서 내 안에 자리하고 있던 나의 욕망과 꿈을 내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그런 여인으로 되어가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사실 우리아는 나의 안중에는 들어오지를 않았었죠. 그리고 사실 내 안에는 이미 이전부터 사모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바로 다윗 왕이었습니다. 어떻게 다윗 왕을 사모하게 되었느냐구요?

그러니까 내가 어렸을 적 소녀 시절에 나는 다윗 왕을 본 적이 있었답니다. 그 때는 그가 왕이 아닌 때였지만 그는 이스라엘 뭇 여성들의 호감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을 때였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는 바와 같이 다윗이 블레셋 사람 골리앗을 죽이고 블레셋을 크게 이긴 후 성내에 들어올 때에 이스라엘 모든 여인들이 나아와 다윗을 칭송하며 환영한 것을 아실 것입니다. 그 때 나는 비록 나이가 어린 소녀였지만 용모가 아름답고 준수한 다윗을 보는 순간 내 마음을 온통 그에게 빼앗겨 버리고 말았답니다. 그 때부터 나는 늘 마음 속에 다윗을 연모하며 살아가게 되었지요.

 

나는 기회가 되면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말씀드려 다윗을 우리 집으로 초대해 보려는 생각도 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이지 내게는 청천벽력같은 소문이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사울 왕이 자신의 딸 미갈을 다윗에게 주어 결혼을 하게 한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얼마 후 그들은 결혼을 하여 궁에서 함께 살게 되었지요.

나는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나의 난 날을 저주하기도 하고, 미갈을 저주하기도 했지요. 사실 이때로부터 나의 선한 야망과 꿈은 어긋난 길로 가는 과정을 겪게 되었답니다. 목표를 잃어버린 나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아가게 되었고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아버지는 부랴 부랴 서둘러 우리아와 결혼을 시키게 되었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분노를 안고 우리아와 결혼을 하게 되었으나 우리 둘의 생활은 그리 만만한 생활이 될 수가 없었지요. 우리아는 참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무던히도 나를 참아주며 끝까지 잘해 주던 그런 사람이었지요. 그러나 나의 욕망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고 나의 잘못된 생각은 어떻게 하든 다윗 왕을 내 손에 넣고 싶은 것 뿐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다윗 왕이 우리아를 죽였다고 말하죠. 표면상 그것은 사실이나 실은 내가 우리아를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했더라면 우리아는 그렇게 비참하게 죽지 않아도 되었지요.  실은 나도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아가 전쟁터에서 돌아 왔다는 것을... 그리고 집으로 오지 않고 바깥 진영에서 다른 군사들과 함께 지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오히려 나는 그가 집안으로 돌아올까봐 걱정하며 조바심 가운데 있었지요. 왜냐구요? 그리도 사랑하고 연모해 오던 다윗 왕과의 관계를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였죠. 결국 우리아는 죽어갔고 나는 다윗 왕의 부인이 되어 그의 아들을 낳는 기쁨도 맛보게 되었지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나의 행위에 대해 조금도 부끄러운 줄 몰랐고, 하나님 앞에서도 하나의 거리낌도 없었죠. 다만 다윗 왕의 아내가 되어 궁궐에서 그와 살고 있다는 기쁨이 내 안에 충만할 때였죠.

 

그러나 공의의 하나님은 그러한 다윗 왕과 나의 죄악된 모습들을 깨닫게 해 주시고 새롭게 해 주시기 위해 우리의 사랑하는 첫 아이를 병으로 치시고 결국엔 죽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아들이 고통으로 죽어갈 때에 다윗 왕도 금식을 하며 기도했지만, 나는 다윗 왕보다도 더 간절한 심정으로 하나님께 매어 달리고 있었습니다. 아들의 죽음으로 다윗 왕과 나와의 관계도 멀어질 것만 같아 더욱 갈급한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사랑의 하나님은 그 순간 나를 위로하여 주셨고 나를 찾아와 만나 주시며 나의 모든 죄악을 회개하게 하셨으며, 온갖 잘못된 삶의 구렁텅이에서 나를 건져주신 것입니다. 참으로 사랑 많으시고 전능하신 하나님을 찬양할 뿐입니다.

아들의 죽음으로, 아니 그의 희생으로 다윗 왕과 나와의 관계는 더욱 뜨겁게 회복되었고, 나아가 하나님과의 관계도 온전히 회복되었으니 그 좋으신 하나님을 어찌 찬양하지 않겠습니까. 하나님은 그 이후 솔로몬을 비롯한 네 아들을 주셨으니 말입니다.

 

나는 비로소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리하여 선물로 얻은 솔로몬을 비롯한 아들들을 하나님의 신실한 자녀들로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물론 솔로몬은 나면서부터 하나님의 지혜를 받은 총명한 아이이기도 하지만 나는 심혈을 기울여 하나님의 말씀으로 아이들을 양육하여 왔고 나의 사랑하는 아들 솔로몬이 왕 위에 오르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답니다.

 

이제 이 자리를 빌어 새삼 나의 전 남편인 우리아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그리고 그리도 무던히 나를 사랑하여 준 당신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당신이 먼저 나를 이해해 주는 넓은 아량으로 사랑 가득한 변호를 해 줌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당신을 죽이면서까지 다윗 왕의 아내가 되어 솔로몬을 비롯한 아들들을 낳고 솔로몬을 통하여 강건한 이스라엘 나라를 세우게 한 것도, 또 그렇게도 부정한 이 여인을 통하여 우리의 실로가 오시는 그 반열에 서게 하신 사랑의 하나님을 영원히 찬양드릴 뿐입니다.

 

할렐루야!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벧전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