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세월의 무게

해처럼달처럼 2013. 7. 21. 05:24

 

내가 왜 이러지?

또 다시 나의 나이 이야기를 하려 하네.

60 가까이 되어 가면서 무언가 내가 잘못되어 가는 건가?

아니면, 누군가가 나를 좀 알아달라고 하는 내 심중의 그 무엇을 글로 나타내는 건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꾸만 나를 돌아보는 것 같다. 돌아보고 잘못된 거 고치고 시정해 나가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자꾸만 나를 노출하고, 나의 존재감을 알리려 하는 것 같다. 뭘 하려고 하는지 모르지만.....

 

나는 총각 때부터 몸무게가 너무 나가지 않아서 몸무게 좀 적당히 나가는 게 나의 꿈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목표가 얼마였냐고?

60kg이었다. 키가 작아서 몸무게가 아니 나가는 것도 아니었다. 뭐 그 당시 사람치곤 보통의 축에는 끼일 정도였으니까.

21살 때 신검을 할 당시 나의 체중은 47kg였다. 몸무게를 재던 친구(군병)가 나를 보고, 배를 후려치면서 이 자식 굶고 왔다며 3kg를 초과해 50kg라고 적었다. 그 사람이 지금 이 글을 보면 좋으련만... 거짓이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28살에 결혼하고 나서도 기껏해야 몸무게는 51-54kg에서 왔다 갔다 했다. 그래서 나의 몸무게 목표는 60kg이었던 것이다.

누군가 헬스 클럽을 다녀보라 해서 다녀도 봤다. 가서 쇠뭉치를 들고 땀을 빼다 보니 힘이 들어서 그런지 밥이던 뭐든 좀 더 먹게 되자 조금은 늘었다. 그러나 그것이 51에서 54였다.

그런데, 지금 60이 되어서야 60kg이 된 것이다. 60kg을 만들기 위해서 아등바등 애쓴 것도 없고, 뭐 맛난 음식 먹어 치운 것도 없다. 그냥 세월이 가면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60kg이 되었다. 그럼, 70살이 되면 70kg이 되려나? 더 줄지나 않으면 좋겠다.

참 재미있지 않은가. 나이 60이 되어서 나의 꿈의 목표였던 것이 하나 이루어진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오늘 ‘세월의 무게’란 말을 사용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살아 온 나의 세월의 무게를 잰다면 얼마나 될까?

무엇으로 그 삶의 잣대를 잡아 무게를 달아볼까? 이것 저것 생각해 본다.

 

나의 아는 지인 중 한 사람이 책을 펴내며 이런 말을 했다.

인생의 길이가 얼마나 될까?

인생의 길이를 미터나 킬로미터 같은 길이 단위로 친다면 얼마나 될까?

사람이 하루 종일 40km씩 쉬지 않고 걷는다면 1년이면 14,600km, 지구둘레의 3분의 1 좀 넘게 걸을 수 있다. 인생을 80년으로 잡고 80년 평생 매일 40km씩 부지런히 걸으면 116만 8천km, 지구를 29바퀴 돌 수 있다. 달나라까지 두 번 갔다 오는 거리가 좀 못 된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를 약 45억년 정도라고 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경부선 철도로는 444km, 경부고속도로로는 428km이다.

경부선철로나 경부선고속도로에 지구나이 45억년을 깔아보자.

대략 1억년이 10km 길이가 된다.

그러면 천만년은 1km가 된다. 그 1,000분의 1, 1만년은 1m가 된다.  그리고 그 100분의 1인 100년은 1Cm가 된다.

100년이 1Cm라면.....

우리 인생은 1센티미터도 안 되는 8mm라는 이야기가 된다.

경부고속도로 위에 놓인 8mm, 그게 우리 인생의 길이이다.

쉬지 않고 네 시간이나 달려야 하는 경부고속도로 길바닥 위에 0.0003초도 안 걸리는 찰나에 지나가는 8mm라고 말이다.

 

재미있는 말이다.

굼벵이가 한번 뒹굴어도 그보다는 더 갈 텐데, 그보다 못한 우리네 인생의 허무함이라니....

아마도 지구 위에 65억 인구의 몸무게를 다 달아도 지구란 놈은 그 무게에 눌려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여전히 잘 달리고 돌아갈 것이다. 아니 어쩌면 무게의 상관관계로 인해 더 잘 돌고 달려갈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세월이 더 빠르게 가는 모양이다.

 

나의 세월의 무게를 달아본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하여 달아보고 또 얼마나 될까?

지식에다 둘까, 경험에다 둘까, 친구가 어느 정도 있느냐 하는 것에 둘까, 얼마나 사랑을 해오며 살아왔는가 하는 사랑에다 둘까, 내 마음 판에 새겨진 사람들의 숫자에다 둘까, 60년 살아오면서 먹어 치운 음식물을 달아볼까, 내가 쌓아놓은 어느 업적에다 둘까...

나의 살아온 60년을 하루 24시간으로 해서 1년 365일로 곱하니 1년의 시간이 8,760시간, 다시 60년으로 곱하면 그동안 내가 보내 온 시간이 525,600시간이다. 60년을 하루로 나누어 보면 내가 살아온 날이 21,900일이다.

그 많은 날을 무게로 달아볼까나?

그것이 무게로 잰다 해서 달아지기나 할까?

이모저모를 생각해 보아도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더구나 내노라 하면서 내세울 게 없으니 말이다.

 

요즈음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쩍 소심해 지는 기분이다. 사람들 만나는 것도 두려워지고, 모든 삶에 있어 자신감이 없어지는 기분이다. 나이 탓일까?

좋은 말로 나를 평가해서 나의 성품은 겸손한 편이라 하고 싶다.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러니 나는 늘 손해를 봐야만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나는 그게 좋다.

내가 조금 손해를 보아서 남이 좋아질 수 있고, 남이 조금 더 행복해 질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그럴 용의가 있다. 가진 게 없어서, 아는 바 없어서 더 남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런데, 그리 살다보니 그것이 오늘의 나의 나됨을 만들어 준 것 같다. 60평생 살아오면서 어느 누구에게도 불필요한 사람이 되지 않고, 좋은 사람으로 각인되면서 그래도 만나고 싶은 사람 축에 들면서 살아왔으니 말이다.

소심해 지고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을 나는 겸손이라 말하고 싶다. 바로 거기에 나의 세월의 무게를 두고 싶다.

나의 이야기이니 좋게만 해석하고 있는 지 모르지만, 백번 생각해도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고 겸손하게 남을 배려하며 산다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나에게 주어진 세월이 흘러갈 지 모르지만, 내 세월의 무게는 그 깊이가 더해 갈 것이고, 무게 또한 편만하여져 내 세월의 흐름에 함께 가는 모든 이들에게 기쁨을 주고 소망이 되어 주고 영적이며 정신적인 면에서 든든한 주춧돌이 되고, 허허로운 벌판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커다란 느티나무 되어 세월의 무게를 노래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이 나의 이루고픈 또 다른 목표이기 때문이다.

 

-해처럼달처럼-

 

"이는 우리가 다 반드시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드러나 각각 선악간에 그 몸으로 행한 것을 따라 받으려 함이라"

고린도후서 5장 1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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