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감사

해처럼달처럼 2015. 12. 11. 13:06

 

 

 

 

 

영국의 유명한 설교가 스펄젼 목사는

 “촛불을 보고 감사하면 등불을 주시고, 등불을 보고 감사하면 별빛을 주시고,

별빛을 보고 감사하면 달빛을 주시고, 달빛을 보고 감사하면 햇빛을 주시고,

햇빛을 보고 감사하면 날빛보다 더 밝은 천국을 주신다.”는 말을 했다. 

자그마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감사할 조건이 많고, 감사할수록 더 많은 감사할 조건이 생긴다는 말이다.

오랜 세월을 살아가다보면 기뻐하고 감사할 일이 더 많아질 줄만 알았는데, 삶이라는 수레바퀴가

그렇게 순조롭게 지내오지를 않은 것만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인생 여정 가운데

평탄하고 순조로운 길도 있지만, 모래밭도 자갈밭도 걸어갈 때가 있고, 허우적거리는

진흙탕 속에 빠져서 씨름하는 날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소망하는 평안을 누리며 살아가기를 원하는 그 마음은 내게도 있는지라

그렇지 못할 때는 온갖 불평과 짜증. 그리고 원망을 가슴에 품고 한탄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그런 내가 최근에 다시 한번 감사할 수 있는 조건을 깨닫게 되었다.

2주전 추수감사절을 맞아 몸이 불편하여 너싱홈에 있는 아내를 집에 데려왔다. 23일 일정으로

집에서 함께 보내기 위해서다. 아내가 남편이 있는 집을 방문하게 된 것이 5년도 더 넘었다. 그 동안은

일주일에 두 세 번씩 너싱홈을 방문하여 만나고 돌봐주고 있었다. 그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일이지만…

5년여동안 집에 올 수 없었던 그런 가정의 상황을 십분 이해하는 아내이기에 그에 대해 별 불만을

갖고 있지는 않다. 너싱홈 외출 며칠 전 연락을 하고 약품 등 모든 준비를 마치고, 너싱홈을 나서는

아내의 얼굴에서는 오랜만의 집 방문이라 한층 흥분되고 상기된 기쁨이 가득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를 가누지 못하는 환자를 돌본다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너싱홈 문을 나서서

차에 태워야 하는 일부터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나홀로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었다.

부랴부랴 너싱홈 관계자를 불러 아내를 차에 태우고 왔다.

 뭐 특별한 음식 등을 장만하지는 못했지만, 아내는 김치 한가지만이라도 기쁘고 반갑게, 그리고 맛있게

식사를 했다. 너싱홈에서는 모든 음식을 갈아서 죽처럼 해주기에 제대로 음식 맛을 느끼며 식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일상생활은 나에게 있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모든 음식을 할 줄 알고 돌보는 일은

이미 습득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작 어려운 일은 시간 시간 맞춰 약을 주고 당을 체크하고,

샤워시켜주는 일과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이었다. 그렇게 이틀밤 잠을 설치고 환자와 부닥끼다 보니

피곤함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렇게 23일의 일정이 끝나 집에서 남편하고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어하는 아내를 이끌고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집을 나서는 순간 새삼 감사의 마음이 생겨나게 됐으니, 미 정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었다.

이렇게 돌보기 힘든 사람을 매월 거금( 8천달러 이상)을 들여가며 돌봐주는 미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생겨나 아내와 함께 대화를 하며 서로 감사의 마음을 나누었다.

어느 나라마다 장애인들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돌봐주지만 미국처럼 전적으로 돌봐주는

나라는 없는 듯 싶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국은 장애인들과 어린이들의 천국이다.”라는 말들을 하곤 한다.

 가족이면서도 다시금 헤어져 각자의 삶으로 돌아갈 수 밖에는 없는 우리이지만, 24시간

옆에 사람이 붙어 있으면서 돌봄을 받는 그녀 또한 감사의 마음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함께 옆에 없어 불행한 것이 아닌, 이제는 우리 모두가 감사하는 마음이 클수록

더욱 풍요로워지는 삶의 이치를 깨달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 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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