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붓가는대로)

일그러진 자화상

해처럼달처럼 2018. 1. 10. 06:47




일그러진 자화상



에게서는 냄새가 난다

향긋한 냄새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렇지를 못하다


나이 60 넘은 할아버지에게서 나는

그렇다고 목욕을 안 해서 나는

그런 냄새도 아니고...


뭐라고 딱히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아니, 어쩌면 나혼자서만 맡을 수 있는

냄새인지도 모른다.


참으로 역겹다

내가 나의 냄새를 맡아도

구역질이 나는데

하나님은 어떠하실까?


겉에서 나는 것도 이러할진대

보이지 않는 속에서 나는 것은 어떠할까?

지저분하고 너저분한

인간의 속살을 뒤집어보니

차마 숨쉬기조차 어렵다.


추잡한 생각으로부터

수시로 꼬물꼬물 비집고 나오는

두더지 머리처럼

쉬임없이 망치로 때려잡아 보아도

이놈이 죽지를 않는다.


좋게 말하면 고상한 생각이지만

온갖 더럽고 잡다한 욕정들

버려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탐욕도

언제나 내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다.


나는 할 수 없다고

나는 이런 놈이라고

오늘도 주님앞에 무릎꿇어 보아도

여전히 나는 그런 놈이다.


그래서 나는 냄새나는

나의 이 오물단지를 가리지 않고

아예 열어놓고 살기로 했다.


알아서들 피해 가라고.



-해처럼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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