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붓가는대로)

나는 지금 늙어가는 중

해처럼달처럼 2018. 3. 26. 10:06


나는 지금 늙어가는 중



와아~ 눈이다!


어렸을 적엔
눈을 보면
왜 그리 좋아했는지...


돌담이며
초가 지붕
장독대에 소복히 쌓인 눈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한폭의 멋진 그림이었다.


먼저 발자국을 남기겠다고
이른 아침 일어나
골목길을 좇아 다니며
곳곳에 눈사람을 만들었다


3월 중순이 지났는데도
하루종일 눈이 나리고 있다


나가서 발자국 만들고
눈사람 만들고 싶은 맘도 없다
눈나리던 공원 길을
함께 손잡고 걸었던 총각시절도
그리웁지 않다


어제밤부터 눈이 온다고 해서
아예 맘 푹놓고 퍼질러 자기로 했다


눈 나리는 지금
멋진 그림 감상은 커녕
아직도 잠자리에 누워
개꿈만 꾸고 있다


나는 지금 늙어가는 중이다.



해처럼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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