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어금니

해처럼달처럼 2019. 3. 7. 07:47


며칠전 아랫쪽 어금니를 하나 뺐다. 이빨 안쪽에서 썩기 시작한 것이 제법 구멍이 크게 나도록 썩었었다. 밥을 먹고 나면 늘상 이쑤시개로 그곳에 낀 음식물을 끄집어 내곤 했었다.
빼고보니 이빨 중에서 가장 큰 것이었다. 안쪽에서 두 번째 것이었는데 어금니 중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이빨인 것 같았다. 치과에서는 아마 2번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치과에서는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며 그쪽으로 견적을 내고 그렇게 준비 중이다. 잇몸이 약하다보니 잇몸뼈가 주저앉아서 인공뼈를 심어야 한다며 이를 뺀 자리에 인공뼈를 심었다. 두 주가 지났지만 아직 잇몸이 부어있고  그쪽으로는 음식을 먹지 않고 있다. 아마 치아를 해넣기 전에는 한쪽으로만 식사를 해야 할 것이다.

몇 십년을 잘 사용해왔던 아랫쪽 맷돌 한 부분이 부서진 셈이다. 때워본들 오리지널만큼이야 하겠는가마는 어떤 방법으로든 고치긴 고쳐야 할 듯 하다.
몇 년전 사랑니를 뺀 적이 있었는데 아주 불편하다. 사랑니 그 다음 어금니에 콩깎지라도 덮어씌어진 것 같아 하루종일 우물거리고 있다. 치아를 뺀 자리로 음식물도 잘 끼고 사랑니임에도 왜 이리 불편한지 모르겠다. 몇 군데 다니며 불편을 호소해도 괜찮다고들 하지만 나는 하루종일 불편해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다 어금니마저 하나 뺐으니 그 불편함이야 오죽하겠는가.
생각해보면 사실 우리 몸에 있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그런 것이라도 그것이 병들어 아프거나 사라져 버리고나면 그 불편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결국 우리 몸에 있는 모든 것은 다 필요에 의해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비단, 사람의 모든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관계란 것은 어찌보면 필요한 것을 채움받고 채워주는 것 아니던가.
필요치 않다면 그 관계는 자연히 멀어지거나 끊어지게 된다.
따라서 지금 현재 나하고 관계가 있는 모든 사람들은 다 나의 필요를 알게 모르게 채워주고 있거나 또는 그 사람에게 있어 아직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어느날 눈과 코, 귀, 손과 발 등이 모여서 입에 대하여 불만섞인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자기들은 보느라고, 듣느라고, 그리고 손과 발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유독 입만은 아무 일도 안하면서 온갖 맛있는 것들은 혼자서만 먹으면서 호식하기 때문이었다.
때론 손은 부지런히 입에다가 먹을 것을 갖다 바치는 등 입을 상관처럼 섬기고 있으니 불만이 너무 커서 모두가 다함께 스트라익을 일으켜서 입에다가 일절 먹을 것을 주지 말자고 모의를 했다.
그러면서 하루 이틀이 지나고, 며칠이 지났는데 이상하게도 눈이 침침해지고, 귀도 멍하니 울리면서 잘 들리지 않고, 손과 발이 일을 안해서 편하기는 했는데, 손을 들 힘도 걸을 힘도 없더라는 것이다.
곰곰 생각해보니 입이 저 혼자만 좋으라고 호식하며 맛난 것 먹고 있었던게 아니란 것을 뒤늦게 깨달은 그들은 부지런히 입에다가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해 주었다는 이야기다.


이와같이 우리 몸의 지체도 서로가 다 협력하면서 자기 역할을 함으로 건강한 몸이 유지되듯이, 서로서로 좋은 관계가 형성되고 협력하며 살아갈 때 우리 가정도, 사회도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 믿는다.
이제 하나 남은 것은 어서 빨리 어금니를 해넣어서 맷돌질을 잘하여 맛난 음식을 잘 먹고 눈도 잘 보이게 하고, 귀도 잘 들리게 해주고, 손과 발도 힘을 얻어 서로서로 건강하게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해처럼달처럼/차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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