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밥과의 전쟁

해처럼달처럼 2019. 6. 22. 10:57



주기도문--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저는 지금 어르신들 데이케어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잠시 하고 있는 것이지만 앞으로 계속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앞서 몇 개월 정도 일을 해보았습니다.

어느 데이케어센터이든지 거의 대부분은 아침 일찍 어르신들을 모시고 와서 이모저모 프로그램들을 가진 후 점심식사를 하게 됩니다. 그리곤, 한 시간 여 정도 더 있다가 다시금 집으로 모셔다 드립니다.

하루의 시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점심입니다. 물론 노인 분들이 소일거리를 찾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간을 활용하며 즐기는 분들도 있지만, 역시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점심입니다. 데이케어센터에서도 어르신들에게 맛있고, 나름 영양가 있는 음식을 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아무리 프로그램이 좋아도 식사가 변변치 못하다면 아마도 많은 분들은 음식을 잘 해 주는 곳으로 옮겨갈 것입니다.

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꽤나 여럿이 됩니다. 그러다가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면 스탭들 모두가 앞치마를 두르고 장갑을 끼고 점심상을 차리기 시작합니다. 보통 100여 명이 식사를 하기에 나름대로 바쁘게 준비해야 합니다.

식사를 다 마치고, 설거지 준비를 다 한 후에야 스탭들은 비로소 한 숨을 돌립니다. 하루의 일과가 다 끝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무사히 하루를 마쳤다고 하는 안도감을 가지며 종종 생각해 봅니다. "허참, 이건 뭐 영락없는 밥과의 전쟁이구만." 하고 말입니다. 점심 한 끼 먹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소쩍새는 그리도 바쁘게 울어댔나 보다 하고 속으로 웃음을 흘리곤 합니다.

사실 생각해보니 인간사, 세상사가 먹고 살기 위해 살아가는 거잖아요. 조금 더 먹기 위해, 조금 더 맛있고 영양가 있는 것들을 먹기 위해 그렇게도 아등바등 싸우며 살아가는거더라구요. 좋은 땅덩어리를 먹기 위해 싸워 왔고, 더 큰 땅덩어리를 갖기 위해 싸워온 것이 인간사요, 역사였더라구요.

더 나아가 생각해 보니 창세기에서 인류가 죄를 짓게 되는 것도 먹는거였더라니까요. 사단이 와서 꼬드깁니다. “, 이거 말이야, 정말 맛있는 것인데, 이 맛있는 것을 하나님 혼자 드시려고 너보고 먹지 말라고 하는 거야. 너 이거 먹으면 너도 하나님처럼 되어서 마음대로 이것을 먹을 수 있어. 봐봐 얼마나 맛있게 생겼는지...” 라는 꼬드김에 넘어가서 보니 와우!” 그거 정말 먹음직스럽고 보암직스럽고 탐스럽게 보였잖아요. 침이 꼴까닥 넘어가더라니까요.그래서 낼롬 따먹어버렸잖아요.

사실 모든 음식도 보기에 좋아야 하지요. 맛있게 보이고, 먹음직스럽고 향기도 좋고 그래야 정말 맛있잖아요... 에효, 그거 좀 욕심부리지 말고 따먹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그런 삶은 아니었을텐데 말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 광야생활을 하면서 문제가 되었던 것도 바로 이 먹는, 밥과의 전쟁이었더라구요.

고기가 없네, 밥이 없네, 물이 없네, 부추가 없네 등등 먹는 것 때문에 자신들을 택하여 선민 삼으신 하나님까지도 원망하며 거역하는 그런 역사더라구요. 지금도 사회 곳곳에 문제가 생기고, 때론 자신의 목숨까지도 끊어버리는 그런 일들이 생기는 것이 바로 먹는 문제이더라니까요.

 

그런데, 우리 주님 예수님께서는 주기도문을 가르쳐 주시면서 그렇게 먹고 마시며 살아가는 것에 있어 목매이지 말라고 하셨더라구요.

들의 꽃을 보아라, 공중의 새들을 보아라. 그것들은 누가 기르지도 거두지도 않지만 잘 살고 있지 않느냐? 그런데 하나님이 어련히 알아서 때에 맞게 해주실 터인데, 왜 그렇게 욕심을 부리고 다투며 살아가느냐고 하셨다니까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정말 그렇지 않아요?

하루 먹을 그날의 양식만 있어도 그것을 풍족하게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아간다면 우리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달라지겠어요. 생각만 해도 얼마나 흐뭇해지는지요. 자기 것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성경에서 요구하는 것은 나보다 못한 이들을 좀 돌아보라는 거지요.

이것은 구약 성경에서부터 예수님이 원하시는 거였고, 제자들도 많은 곳에 그렇게 살아가 달라고 당부를 했잖아요.

특히나, 요한일서 317절에 보면, "누가 이 세상 재물을 가지고 궁핍한 이들을 보고도 도와줄 마음을 닫으면 어찌 하나님의 사랑이 그 속에 거할까보냐"라고 하시면서 하나님의 마음은 궁핍한 자들을 보면 묻지도 말고 도와주라는 것입니다.

우리 말에 "저 먹을 것은 타고 난다."라고 하는데 자자손손 먹고 살겠다고 기를 쓰고 모아놓는 것 보면, 성도라고 하는 모습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성경은 그러한 자에게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자여, 오늘밤에 네 영혼을 찾으리니 그러면 그 쌓아둔 것이 뉘 것이 되겠느냐?" 라고 말입니다.

그래도, 이 영혼은 연락(宴樂)하면서 먹고 싶은 거 먹고나 살았지 그렇지 못한 더 어리석은 자들도 많이 있더라구요. 돈은 잔뜩 쌓아놓고도 먹는 것이 아까운 듯 먹지 못하는 이들도 있더라니까요.

 

밥과의 전쟁은 이제 그만 해야 할 때입니다.

내 입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궁핍함을 돌아보는 성숙한 신앙인들이 되어야 할 때입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서로가 서로를 돌아보는 그런 사회가 되도록 욕심 내려놓고, 서로 돕고 도우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갈라디아서 62절에 "너희가 서로 짐을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고 하십니다. 그리스도의 법은 우리 모두가 다함께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민수기 21:5

백성이 하나님과 모세를 향하여 원망하되 어찌하여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해 내어 이 광야에서 죽게 하는가 이 곳에는 먹을 것도 없고 물도 없도다 우리 마음이 이 하찮은 음식을 싫어하노라 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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