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간증

사랑하는 증손자 다윗에게 들려주는 룻 할머니의 이야기

해처럼달처럼 2023. 4. 27. 10:24

<사랑하는 증손자 다윗에게 들려주는 룻 할머니의 이야기>

 

사랑하는 나의 증손자 다윗아!

너에게 나의 신앙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 하나님 아버지께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모르겠다.

내가 너를 이리도 귀여워하고 사랑하며 품어줄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지만 너의 어릴 적 순탄하지 만은 않은 생활이 어쩌면 나를 돌아보게 하는 것 같아 너에게 향한 나의 연민의 정이 함께 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구나.

 

네게는 많은 형들이 있었지.

다시 말하면 나에게는 너를 비롯한 많은 증손자들을 안아보게 하시는 하나님께 얼마나 감사한지.....

내가 많은 아들들과 손자들을 안아 보았지만 너의 형들은 너처럼 따스하고 포근하고 정이 많았던 것 같지는 않더구나. 너는 너의 형들과 달리 풍부하고 예민한 감성, 너의 그 착한 마음은 이 늙고 외로운 할미에게도 위로가 되는 좋은 친구였었는지 너는 모를게다.

이상하게도 너의 형들과 너의 아버지는 너를 달갑지 않게 여겼었지. 너는 늘 가정에서도 변두리 같은,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살아왔으나 너는 그것을 잘 참아내고 그 아픔 가운데서도 하나님께 다가가는 어린 너를 보며 참으로 대견해 했단다.

아들만 수두룩하게 낳는 가운데서 오는 아들에 대한 가벼움 정도로 이해해 주려무나.

 

너도 알다시피 이 할미도 이스라엘 땅을 밟은 처음 그 때에는 그렇게 변두리에서 사는 것 같은 수많은 조롱과 질시 가운데서 살아오지 않았겠니? 그래서 그런지 나는 너를 더 품어줄 수 있었고 기도해 주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구나.

 

자, 얘야. 이 할미 곁으로 와 보련. 나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하마.

그러니까, 내가 어렸을 적 소녀 때였단다. 나는 이스라엘 땅이 아닌 모압 지방에서 살고 있었단다.

나는 하나님이란 존재는 전혀 알 수도 없는 이방 사람이었지. 그리 부유한 가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 가정은 남에게 피해를 주며 살아가는 그런 못된 가정은 아니었단다.

당시 이스라엘엔 왕도 없었고, 선지자도 없어서 사람들이 각기 자기의 소견대로 살아가는 때였었지. 모압 역시 죄악으로 가득차 있었기도 했단다.

 

그러던 어느 날 유다 땅으로부터 이 할미의 동네로 한 가정이 이주하여 오게 되었단다. 바로 네 고조모 할머니인 나오미 할머니였지. 당시 그들의 삶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남편과 두 아들이 남의 땅에 들어와 살게 되었지. 이유는 그들이 살던 유다 베들레헴 땅에 오랜 동안 가뭄이 들어 그 가뭄을 피하여 나의 사는 곳에까지 오게 된 것이란다.

후에 나의 시아버지가 되었던 엘리멜렉이란 분은 내가 그의 아들과 결혼하기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가까이서 대할 수는 없었단다. 그 분의 부인이었던 나오미는 두 아들 말론과 기룐을 데리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

 

글쎄 말이다.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어쩌다 그 가정의 둘째 아들과 결혼하게 되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겠니.....

 

나오미란 이름을 가진 시어머니는 그 이름의 뜻이 ‘희락’ ‘즐거움’이지만 내가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그녀의 가정에서 어떤 기쁨도 즐거움의 구석을 찾아볼 수가 없었단다. 더구나 두 아들은 이름의 뜻이 그러하듯 말론은 ‘병든 자’, 기룐은 ‘쇠약한 자’ ‘슬픈 자’라는 뜻처럼 그들은 병들고 연약한 자들이었지.

그들은 결혼은 하였지만 자녀들을 갖지 못한 채 그렇게 앓기만 하고 약한 가운데 있다가 죽게 되었단다. 나보다 두 살 위였던 나의 동서 오르바와 나 그리고 시어머니만 남은 우리 가정은 한 마디로 우습기 짝이 없었단다. 생각해 보아라. 세 과부만 남은 청승맞은 집구석이 되었으니 그 살아가는 삶이 어떠했겠느냐. 동네 사람들 보기도 민망스럽고, 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은 또 어떠하고....

 

정말이지 그 때는 살아가야 할 아무런 소망이 우리 가정에는 남아 있지 않았단다.

그래도 그 숱한 어려움 가운데서도 한 가지 소망이 있었으니 다윗, 너의 고조모 할미가 되고 나의 시어머니인 나오미가 바로 유일한 소망이었단다.

일찍이 남편을 잃어버리고, 두 아들까지 잃은 그녀였지만 그녀의 중심에는 늘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있었단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녀였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었던 그 신앙은 어떤 환난도 그것을 앗아가지를 못했단다. 그 혼탁한 사사 시대에서도, 모든 것을 다 잃은 그 아픔 가운데서도 그녀의 신앙은 더욱 빛을 내고 있었단다.

그녀의 마음과 행동에서 나오는 신앙의 향기는 온통 나를 사로잡고 말았단다.

어느덧 나도 그녀가 믿고 의지하던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그 분만이 하늘아래 유일한 하나님인 것을 고백하게 되었단다.

 

사랑하는 나의 귀여운 손자 다윗아....

너도 꼭 기억하거라. 사람은 사람을 의지할 수가 없고 또 도울 힘이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란 것을... 내가 그토록 의지했던 사람도, 그것이 부모형제라 할지라도 어느 때인가는 호흡이 코에 있는 사람을 영원히 의지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어느 누가 나에게 어려움을 가져다준다 할지라도 그 모든 상황을, 화가 변하여 복이 되게 하고 복이 변하여 화가 되게 하시는 하나님 한 분만을 기억하고 그 분만을 의지해야 한단다. 이 할미도 네가 하나님을 믿는 신앙 안에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자로 아름답게 성장하여 나갈 수 있도록 기도하여 주마.

 

얘야, 다시 나의 이야기를 계속하여 볼까?

그렇게 모든 것을 다 잃은 시어머니 나오미는 다시 유다 땅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두 며느리를 불러 너희의 길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라고 하시더구나. 결국 동서인 오르바는 시어머니와 나를 떠나갔지만 나는 결코 시어머니를 떠나갈 수가 없었단다. 아니, 시어머니가 아니라 하나님을 떠나 살 수 없는 하나님의 딸이 되었기 때문이란다.

 

나와 시어머니 나오미는 베들레헴 고향 땅으로 돌아왔지. 고향 사람들은 그렇게 비참한 모습으로 돌아온 나오미를 보고 얼마나 놀라든지... 시어머니 스스로도 자기의 이름을 고쳐 불러 달라며 스스로를 낮추며 조신한 삶을 살아가셨단다.

 

그러나 왜 모르겠니?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흉본다’고 과부 사정을 과부들이 더 잘 알면서도 우리들은 늘 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보리 이삭을 주우러 갈 때에도 이방 여인인 내가 어느 밭에 가서 이삭줍기가 쉬웠겠느냐. 사람들은 나를 희롱하고 저주하고 욕하고... ㅠㅠㅠ

그렇게 10여년이란 긴 세월을 지냈단다. 참 견디기 어려운 날들이었단다.

그래도 마침 보아스라 하는 너의 증조 할아버지를 만나지 않았겠니. 그 분의 신앙과 인격 또한 시어머니 나오미에 비하여 결코 뒤지지 않는 훌륭한 분이었단다. 나는 그 분을 만나 그 분의 배려로 많은 이삭을 주워 갈 수가 있었고, 그 분이 나를 보호해 주심으로 보리를 베는 소년들로부터도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단다. 나는 그 분을 보면서 마치 하나님 품안에서 보호함을 받으며 살아가는 착각을 하기도 했단다.

 

후에 그 분과 살면서 알게 된 것은 그 분의 어머니가 바로 여리고 성에서 구원받은 기생 라합이요 이방 여인으로서 그 분을 낳게 되었던 것을 말이다. 아마도 그러한 그 분의 환경이 이방 사람을 대함에 있어 그런 친절함과 배려가 있었던 게야.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분을 만나게 된 것은 하나님을 만난 축복에 이은 두 번째 큰 축복이 되었구나. 그래서 이렇게 나의 노년에도 하나님을 섬기며 많은 자손들을 보며 사는 것이 아니겠니.

 

얘야. 너도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너의 증조 할아버지인 보아스를 닮았으면 좋겠다. 그 분의 후덕하고 배려 깊고 사랑 넘치는, 그리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일에 우선하는 그 분을 말이다.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아들 오벳도 나는 참 자랑스럽구나. 늙으막이 된 나의 시어머니였던 나오미를 친 할머니처럼 봉양하고 가족을 사랑하며 하나님을 잘 섬겨 나가니 나의 삶에 어찌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어찌 나의 이 신앙을 고백하지 않을 수 있겠니.

 

“나의 나 된 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란다. 나의 사는 날 동안 그 좋으신 하나님을 영원토록 찬양할 것이란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의 귀여운 손자야.

사랑한단다. 어디를 가든지, 무엇을 하든지 이 할미를 인도해 주시고 사랑해 주셨던 그 하나님을 잊지 말거라. 그 분만이 너의 방패가 되어 주시고 너의 피할 바위요 산성이 되어 주실 것이며 너의 힘이 되어 주실 것이란다.

 

얘야, 이 할미 이야기가 조금 지루했지?

오늘은 나의 이야기를 여기서 마치도록 하자. 어디 이리 한번 와 보거라. 이구 이 귀여운 내 새끼!

 

<****

다윗의 신앙 정서와 그 풍부한 시적 감성이 어디로부터 왔을까? 생각을 하다보니 여기까지 미치게 되더군요.

디모데의 믿음이 그 외조모와 어머니로부터 말미암았듯이 다윗 왕도 기생 라합을 품어주고 사랑하며 살아온 살몬의 너그러움과 룻이란 이방여인을  품어주며 사랑한 보아스, 그리고 나오미와 룻의 신앙에서 그 동기를 찾아 보았습니다.

우리도 그 분들과 같은 신앙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기도하며 노력해야 하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