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장쟁이의 고백

창백한 푸른 점, 지구여 안녕

해처럼달처럼 2016. 12. 10. 04:41


창백한 푸른 점, 지구여 안녕


보이저 1호와 2호 우주선이 1977년에 발사된 것은 우주과학역사에 길이 남을 극적인 사건이라 할 것이다.
1970년대, 천문학자들은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 사이에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이 비스듬한 일직선상에 놓인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러한 외행성의 배열은 175년에나 한 번 생기는 드문 현상인데 이 절호의 기회에 외행성들을 한꺼번에 탐사할 수 있도록 하자 하여 계획된 것이 보이저 1호와 2호 탐사선 발사다.

보이저 1, 2호는 거의 같은 시기에 발사되었는데 보이저 2호가 약간 먼저 1977년 8월 22일에 발사되었고 뒤를 이어 보이저 1호가 1977년 9월 5일에 발사되었다.
발사는 약간 늦었지만 목성에 도달한 시기는 직항로를 택한 보이저 1호가 앞서서 79년 3월 5일, 보이저 2호는 79년 7월 9일이었다. 다시 토성에는 보이저 1호가 80년 11월 12일, 보이저 2호는 훨씬 늦은 81년 8월 25일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보이저 1호는 계속하여 빠른 속도로 태양계 바깥을 향하여 항진하였고, 보다 속도를 늦춘 보이저 2호는 토성을 거친 다음 86년 1월 24일에는 천왕성, 89년 8월 25일에는 해왕성까지 답사하며 천왕성과 아름다운 해왕성의 사진을 전송하게 된다.

보이저 탐사선들이 지구를 떠난 지 13년째 된 1990년 2월초, 보이저 1호는 시속 18km의 속도로 지구로부터 64억 km 떨어진 명왕성 궤도를 지나 태양계를 벗어나는 순항을 계속하게 된다.  
이제 배터리도 거의 다 닳고 관성으로만 진행하고 있을 보이저 1호에 칼 세이건 박사는 동료과학자들의 회의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광속으로 6 시간이나 걸리는 먼 거리의 이 탐사선에 전파신호를 보내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사진을 찍어 전송하라고 지시한다.

그런데 몇 달 후 기적 같은 일이 발생한다.
실현가능성이 없을 것 같은 이 명령에 따라 보이저 1호가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1990년 3월부터 5월 사이에 태양계의 가족들, 아득히 먼 곳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금성과 지구, 목성과 토성, 그리고 천왕성과 해왕성 등 수 십 장의 사진을 찍어 전송해 온 것이다.

이 때 보이저 1호가 전송해온 사진 속에 지구는 우주공간 광선의 줄 속에 조그만 점으로 외롭게 빛나고 있었고, 칼 세이건 박사는 이를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말해 유명해졌다.  
태양계 탐사임무를 마치고 태양계를 벗어나 광대무변한 우주공간을 달리는 보이저 1호의 충실한 명령수행은 많은 과학자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칼 세이건 박사는 “창백한 푸른 점”에서 이렇게 적었다.
“우주공간에 외로이 떠있는 한 점을 보라.
우리는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사랑하는 남녀, 어머니와 아버지, 성자와 죄인 등 모든 인류가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티끌과 같은 작은 천체에 살았던 것이다.
바로 이 한 점, 지구 위에 아름다운 시와 음악과 사랑이 있는가 하면
전쟁과 기근, 증오와 잔인한 행위가 그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영원히 살 것 같은 착각 속에 환경을 파괴하고
하늘을 찌를 듯 한 콘크리트 건물로 아성을 쌓고
우중충한 시멘트벽에 갇혀 불안한 삶을 살아간다.”

보이저 1호가 보내온 지구의 사진 ‘창백한 푸른 점’.......
우주의 티끌 같은 그 지구 위의 인간의 존재가 무엇이란 말인가?
한 순간에 불과한 수 천 년 인류역사, 지구 위에 그 조그만 인간들이 쌓아올린 문명과 예술,
인간들이 울고 웃고 싸우는 욕망과 확신과 다툼, 애증 따위는
아, 얼마나 덧없고 허무한 것들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