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붓가는대로)

여름이 깊어갈 때면

해처럼달처럼 2018. 6. 8. 08:18




여름이 깊어갈 때면…



며칠 피곤한 탓이었는지
느즈막하게 일어나 집을 나섰다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이틀전 비가 온 탓도 있지만
여름햇살은 유난히 빛나는 것 같다


눈부신 햇살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눈을 내리깐다
환한 햇살아래
감추어진 속모습이 드러날 것만 같아서다


여름나무들은 보란듯이
짙은 녹색옷을 선보이고
이 나무 저 나무 푸른 잎새 사이로
새들이랑 다람쥐 숨바꼭질 한참이다


여름이 깊어갈 때면
사람들은 훌쩍 벗기를 좋아하는데
나무들은 옷입기를 좋아한다


여름더위와 푸른 잎새
참 잘도 어울린다
아무리 뜨거운 햇살도
푸르른 잎새는 넙죽넙죽 받아먹으며
또 하나의 가을을 준비한다


여름이 익어간다
과일도 익어가고
곡식들도 익어간다
봄에 태어나 사방사방
날개짓 하던 새들도
무럭무럭 익어가며
먼길 떠날 채비를 한다


여름은 그렇게 모든 것을 감싸안고
우리에게 넉넉함의 지혜를 보여주며
서로서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준다


여름이 깊어갈수록
출렁이는 파도가 그리워지고
온갖 새들 노래하는
산골짝이 그리워질 때면


여름은
삶을 부등켜 안고
말없이 익어가고 있다.




해처럼달처럼/차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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